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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조선 '국내 1호 티소믈리에 정승호의 TEATIME' 中
최근 건강과 여유로운 삶을 위해 커피보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치열하게 사는 무한경쟁 시대를 커피가 주도했다면, 여유와 휴식이 절실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따뜻한 차 한 잔’이다.
왜, 지금 차인가? 커피
대신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느는 건 우리만의 변화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뉴욕에서도 테이크아웃 커피보다 텀블러에 차를 담아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구에게 쫓기듯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더 빨리빨리’가 아니라 ‘천천히’라는 걸 증명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커피는 향이 좋은 것도 있지만, 보통 정신을 깨우기 위한 각성효과 때문에 마신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고 하지만 사실
커피에는 진정작용을 하는 효과가 없다. 물론 차에도 카페인처럼 각성효과를 내는 성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 함유량이 커피의 수준으로 낮다. 커피가 각성효과 때문에 마시는 거라면 차를 마시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심신 안정이다. 커피는 우리에게 ‘더 빨리,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차는 우리에게 ‘바쁠 것 없다. 천천히 가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차는 갖춰야 할 게 많아 번거롭게 느껴진다.사실
차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 것만큼 간편하다. 다른 도구 없이 머그컵과 거름망, 원하는 찻잎만 있으면 인스턴트커피 마시듯 물만 부어 우린 다음 바로 즐기면 된다. 또 거름망이 달린 텀블러에 차를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마셔도 좋다. 그것조차 귀찮다면 찻잎이 아닌 티백으로도 얼마든지 차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차를 잘 우리는 기본 노하우는? 물
온도, 차의 양, 우려내는 시간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보통 차에 따라서 그 방법은 수백 수천 가지다. 차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차 제품을 보면 각각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양을 넣고 몇 분 우려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명시돼 있다. 그것을 잘 보고 따라 하면 차 고유의 향과 맛을 잘 즐길 수 있다. 기본적인 룰이 있기는 하다. 홍차나 녹차는 기본적으로 약간 쓰고 떫기 때문에 오랫동안 우리면 안 된다. 탕약을 우리듯 오래 우려야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장 잘못된 방법이다. 그건 내가 맛있는 차 마시는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녹차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보통 1-2-3분으로 생각하면 된다. 약간 가볍게 마신다면 1분, 기본은 2분, 조금 더 진하게 마시고 싶다면 3분이 적정선이다. 홍차는 기준이 3분이다. 2-3-4분으로 나눠 진하기에 따라 우리는 시간을 달리하면 된다. 허브차는 기준이 5분이다. 종류에 따라 4-5-6-7-8분 안으로 우려서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은 보통
홍차든 허브차든 팔팔 끓여서 바로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마실 때는 한김 식힌 상태에서 마셔야 가장 맛이 좋다. 녹차의 경우 너무 뜨거우면 녹차 특유의 떫은맛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낮은 온도의 물을 부어서 우려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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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이랑 찻잎이랑 차이가 있나? 티백에는
보통 품질이 떨어지는 찻잎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시간 내에 우려내기 위해 자른 찻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제품을 만든 후 남은 부스러기 찻잎으로 티백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티백으로 차를 마시면 맛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품질 좋은 찻잎을 담은 티백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 추세다. 차를 잘 우리기 위해 일반적인 종이 부직포 대신 차향을 방해하지 않는 나일론이나 모슬린 천으로 티백을 만들기도 하며,
차의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진공 포장해 판매하는 것도 있다.
어떻게 즐겨야 하나? 차를
마실 때 향과 맛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향이 없는 커피는 맛이 없다. 맛이 없는 건 향을 못 느껴서다. 일반적인 찻잔은 입구가 넓다. 그 이유가 바로 차를 마실 때 향을 코로 함께 들이마시기 위함이다. 커피를 마실 때도 같다. 보통 테이크아웃 커피는 뚜껑이 있는데 반드시 뚜껑을 열고 향과 함께 마셔야 한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레귤러 사이즈의 커피를 주문할 때 라지 사이즈의 컵에 달라고 하면 돈도 더 받을뿐더러 커피
양을 그만큼 더 많이 준다. 그걸 원하는 게 아니다. 라지 사이즈 컵에 레귤러 양을 담아 먹어야 커피의 향을 훨씬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차를 마셔야 하나? 차
마시는 시간은 사실 없다. 영국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시작해 식사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 시간대별로 차를 마신다. 아침에는 홍차,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마시면 커피처럼 정신을 맑게 깨우는 효과가 있다. 우리의 맑은 녹차도 좋다. 식전에는 맑고 개운하며 상큼하게 입맛을 돋워주는 레몬글라스 같은 허브차가 애피타이저로 잘 어울린다. 식후 2시경에는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은은한 향이 들어간 허브차 계열이 좋다. 차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홍차와 녹차에는 약간의 카페인 성분이 있다. 이런 종류를 조금 늦은 시간에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만, 차의 카페인은 대부분 몸에서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일반적인 허브나 과일, 한방 계열의 차는 오히려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에게 맞는 차 고르는 법은? 차는
철저한 기호식품이다. 같은 녹차라고 해도 그 맛과 향을 느끼는 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홍차가 맛이 없다고 말한 사람도 다른 장소, 다른 종류의 홍차를 어떻게 우려서 마시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맛에 안 맞는 차도 계속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 차에 따라서 느꼈던 맛과 향을 기록하는 나만의 테이스팅 노트를 쓰는 것도 좋다. 차는 종류가 수백만 가지에 달하고, 어떻게 우리고 어떻게 마시느냐 따라서 그 느낌도
달라지기 때문에 테이스팅 노트를 만들어 자신의 차 취향을 알아가는 것도 차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차의 특징, 싫어하는 차의 특징을 적다 보면 나만의 차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친한 사람들끼리 차에 대한 서로 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차 모임을 갖는 것도 좋다. 또 팀을 이뤄 차를 주제로 한 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느끼는 차는 또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차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