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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점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암의 발병 위험에 관여하는 수백 개의 유전자가 확인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연구위원회(MRC)
역학팀은 국제 ReproGen 컨소시엄 연구진과 공동으로 사춘기 발생 시점과 암 위험도와 관련된 새로운 유전 신호 389개를 확인해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유전학’ 4월 24일자에 발표했다. 이전까지 알려진 유전 신호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관련된 암은 성 호르몬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의 사춘기 발생 시점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ReproGen 컨소시엄과 영국 Biobank에서 실시한 40개의 연구와 미국 유전자분석기업 ‘23andMe’ 고객 중 동의를 얻은 여성 총 32만
9345명의 전체 유전체에서 유전 변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사춘기에 대한 유전
신호 389개를 확인했다. 이는 여성 3만9543명을 대상으로 한 아이슬란드의 deCODE 연구를 통해서도 검증됐다. 이들 유전적 연관성 대부분은 남성의 변성기 연령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춘기 발생 시점은 개인마다 다양하지만 가족 내에서는 비슷한 경향이 있다. 또 사춘기 시점이 빠른 것은 스포츠에 적극적인 소년 등 일부 청소년에겐 이로울 수 있지만 심장병이나 일부 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등 이후의 건강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존 페리 MRC
역학팀 수석연구원은 “이전 연구에서도 사춘기 발생 시점이 수십 년 뒤 질병 발생 가능성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지만 몸무게와 같이 이차적 요인에 의한 영향까지 고려했는지는 불분명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몸무게를 조절하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사춘기 시점과 일부 암의 발생 위험 증가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관계는 평생 동안 높은 수치의 성 호르몬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관련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질병과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이후의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각인
유전자(imprinted gene)’라 불리는 특수한 유전자의 역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이 유전자는 부모 중 한 명에게서만 물려받는 유전자다. 이번 연구에선 두 가지 유전자에서 드문 변이를 확인했는데, 아버지로부터 이를 물려받았을 때는 사춘기가 더 빨리 찾아오지만 어머니에게 물려받았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켕 옹 MRC 역학팀 수석연구원은 “자녀의 사춘기 발생 시점이 빠르고 늦어지는 데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춘기 시점을 조절하는 메커니즘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페리 연구원은 “새로 발견된 유전적 요인은 사춘기 시점을 추정하는 데 있어 4분의 1 가량을 설명한다”며 “이는 사춘기의 생물학적 복잡성을 잘 드러낸다. 유년기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사춘기 시점에는 수많은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수천 가지의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