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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선 인간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이른바 '수면학습'(hypnopedia) 이론을 둘러싼 논쟁이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이론적 논쟁이 오가고 상반되는 가설을 각각 뒷받침하는 실험적 연구결과들도 여럿 나온 가운데 관련 기기들을 과대광고하며 판매하는 상술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잠을 자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학습능률을 높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는 동안에도 뭔가 간단한 정보를 습득하고 잠에서 깨어난 뒤 이를 기억할 수 있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PSL연구대학 토마 앙드리용 박사팀이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기존의 상반되는 이론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지적하는, 또는 두 가설을 통합하는 것이다.
결론을 쉽게 표현하면, 얕은 잠을 잘 때 들은 것은 기억으로 형성돼 깨어나도 생각 나지만 깊은 잠을 잘 때는 전혀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수면 상태는 '눈동자가 빨리 움직인다는 영어 단어의 약자'인 렘(REM)수면과 비(非)렘수면으로 나뉜다. 렘수면은 보통 몸은 자지만 뇌는 깨어 있는 상태라고도 하며 이 시기에 꿈을 꾼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90~120분 주기로 3~5회 반복되며, 전체 수면시간 중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비율은 1대 3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렘수면은 1단계(N1), 비렘수면은 상대적으로 얕은 잠을 자는 2단계(N2)와 깊은 잠을 자는 3단계(N3)로 나누기도 한다.
앙드리용 박사팀은 수면장애가 없고 8시간 이상 '건강한 수면'을 유지하는 20~31세 남녀 23명을 대상으로 7~10일 동안 실험을 했다. 자는 동안 3.5초 간 지속하는 소리, 0.2초씩 5번 반복되는 소리 등 주파수를 달리해 소리를 들려준 뒤 뇌파를 측정하고 깨어났을 때 이 소리를 기억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렘수면(N1)과 가벼운 비렘수면(N2) 때 들려준 소리는 상당히 기억한 반면 깊은 비렘수면(N3) 때 들은 소리는 기억하지 못했다.
뇌파 측정에서도 N1과 N2 때는 학습(수면 중 들은 음악의 기억) 과정이 이뤄지지만 N3 때는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N3 때는 새 기억의 형성보다는, 휴식과 자기 전에 학습된 것을 정리·저장하는 단계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어쨌든 잠을 잘 때 들려준 소리를 깨어나서 기억하고 인지한다는 것은 수면 중에도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 인간의 학습에도 응용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들을 해보아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