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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풀
누구에게나 가끔 기분이 안 좋거나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 사는 게 힘들거나 의욕이 안 날 때가 있다. 하늘이 그런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때때로 구름이 낀다.
석 달 예정으로 뉴질랜드에 와 지내며 나는 그동안 하루 한 시간 뛰기로 그런 일들을 풀었다. 산책의 도움도 받았다. 집에서 삼사 분쯤 걸리는 곳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다. 아무한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길이지만, 풀과 나무가 있고, 사람이 없어 나는 그곳이 좋다. 특히 씀바귀 꽃이 있어서 좋다. 그곳에는 유독 씀바귀가 많다.
씀바귀는 흔한 들풀이다. 눈에 띄는 풀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씀바귀를 보며 나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는 한다.
어디서나 그런 것처럼, 뉴질랜드에서도 씀바귀는 마음 편히 살 곳을 얻기 어렵다. 정원엘 가도 쫓겨나고, 목장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 두 곳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뉴질랜드에서 씀바귀는 갈 곳이 없는 셈이다. 집집마다 있는 잔디밭에서는 잡초라며 뽑아버리기 때문에 공터에 만든 공용의 잔디밭이 그래도 그중 살기에 낫지만 그곳에서도 씀바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자주 잔디를 깎기 때문이다. 가혹한 환경 아래서 사는 셈이다.
그런 처지에서도 씀바귀는 늘 얼굴이 환하다. 행복하다. 마치 재래시장의 노점상들이 찬바람 부는 겨울을 연탄불 하나에 의지해 나면서도 늘 활기차고 밝은 것과 같다. 그 모습 앞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이미 충분했던 것이다. 씀바귀의 처지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좋은 조건 속에서 살고 있는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맑은 공기의 도움도 받아가며 나는 씀바귀가 피어 있는 길에서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 글_최성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