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목견디다
견디다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ㅡ『문예중앙』(2005. 여름호)
시인이 살펴보았더니, 혹은 책에서 찾아보았더니,
황새 · 낙타 · 가시나무새 · 용설란 · 호텔펠리니아 꽃 · 하루살이 · 흰띠거품벌레 등
모진 상황을 끔찍하게 견디는 것들이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고작 미물이거나 짐승,
혹은 식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생명체의 세계에서는 견디는 것만이 살 수 있는데,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 가운데 누가 그토록 견디느냐고 시인은 묻고 있다.
우리는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에게도 '견딤의 자세' 를 배워야 하거늘.
<"2006>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ㅡ『문예중앙』(2005. 여름호)
시인이 살펴보았더니, 혹은 책에서 찾아보았더니,
황새 · 낙타 · 가시나무새 · 용설란 · 호텔펠리니아 꽃 · 하루살이 · 흰띠거품벌레 등
모진 상황을 끔찍하게 견디는 것들이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고작 미물이거나 짐승,
혹은 식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생명체의 세계에서는 견디는 것만이 살 수 있는데,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 가운데 누가 그토록 견디느냐고 시인은 묻고 있다.
우리는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에게도 '견딤의 자세' 를 배워야 하거늘.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