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 자유게시판 [132쪽] - 부야한의원

자유게시판

제목견디다
작성자한미숙 @ 2008.01.09 08:57:06

견디다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ㅡ『문예중앙』(2005. 여름호)





시인이 살펴보았더니, 혹은 책에서 찾아보았더니,

황새 · 낙타 · 가시나무새 · 용설란 · 호텔펠리니아 꽃 · 하루살이 · 흰띠거품벌레 등

모진 상황을 끔찍하게 견디는 것들이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고작 미물이거나 짐승,

혹은 식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생명체의 세계에서는 견디는 것만이 살 수 있는데,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 가운데 누가 그토록 견디느냐고 시인은 묻고 있다.

우리는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에게도 '견딤의 자세' 를 배워야 하거늘.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