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법을 배우다. - 자유게시판 [126쪽] - 부야한의원

자유게시판

제목사는법을 배우다.
작성자미숙 @ 2008.04.10 14:12:33
1번 사는법을 배우다.






친구와 대화하듯 철학의 역사 2500년을 반말로 썼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분명히 약속할게. 내 얘기를 끝까지 듣는다면, 너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이면 스토아철학에서부터 포스트모던까지, 철학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될 거야.”
철학은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이다. 지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본연의 모습을 망각한 채 학문이나 지식으로 ‘전락’한 데서 찾아야 한다. 지혜는 세분된 지식이나 남다른 전문성과는 다르다.
‘지혜’를 화두로 스토아철학에서 출발해 기독교철학, 근대 휴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해체주의 이후 현대철학에 이르는 철학의 역사를 되짚는다. ‘신처럼 살고 신처럼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철학이라는 에픽테토스의 아름다운 표현처럼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구원을 찾아 나섰던 인류의 긴 여정을 돌아본다.

철학을 포착하는 기준으로 이론, 윤리, 구원 등 3개 축을 설정한다. 이론의 축을 따라 스토아철학에서부터 현대철학에 이르는 대표적 철학 주장을 설명한다. 윤리 혹은 도덕은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나 규칙을 뜻한다. 시대마다 달랐던 세계관이 어떤 윤리 규범을 낳았는지, 이론이 윤리적 규범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들려준다.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지혜는 구원의 문제와 직결된다. 사후에 우주의 일부로 돌아간다고 여겼던 고대인의 구원, 부활을 믿는 기독교적 구원, 과학이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근대과학의 이상,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덜 희망하며 조금 더 사랑하라’고 말한 니체의 운명애(아모르파티)가 상징하는 물질주의적 구원의 제안, 그리고 목적이 사라지고 수단 자체가 목적이 돼 지배하는 현시점 세계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이 모색하는 구원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니체는 신을 죽이고 망치로 모든 이상을 깨부쉈다. 프로이트는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숨은 진실을 찾았다. 마르크스는 상부구조보다 하부구조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역동성을 발견했다. 이들 ‘의혹의 스승’들의 유산은 해체주의의 모험을 거쳐 현대 물질주의자들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이전 모든 세계관이 새로운 세계관에 의해 부정되고 극복됐듯 그들도 막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하이데거는 진작부터 ‘기술의 세계’를 언급하며 수단이 목적을 말살한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어느덧 세계는 경쟁을 위한 경쟁, 진보를 위한 진보, 변화를 위한 변화, 비판을 위한 비판을 거듭하는 ‘아이의 뇌를 가진 거대한 괴물’이 돼버렸다. 매년 새로운 모델의 제품이 나오고 기업도, 인력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의 환경에 놓였다. 사람은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만 찾아 헤맨다. 그렇다고 전 세대 인간보다 더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신도 이상도 사라진 시대, 고대 형이상학적 우주론과 기독교적 교리도, 근대과학의 이념도, 현대 물질주의적 사고도, 결코 구원의 유효한 대답이 될 수 없는 오늘날 인간이 나서야 할 지혜의 길은 어디일까. 해답은 세 가지 가능성이다. 확장된 사고, 사랑의 지혜, 사랑하는 사람을 장사지내는 일이다.

자기중심적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 확장된 사고다. 노벨상 수상작가 네이폴이 보기다. 카리브해 남쪽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인도계 이주민 출신인 그가 어떻게 지역적·민족적·사회적 ‘특수성’을 벗어나 괴테가 말한 ‘세계문학’의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귀띔한다. 네이폴은 자신의 존재를 확장, 개인의 특수성을 넘어 모든 인간이 공감하는 보편성에 도달했다.

사랑의 지혜란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의 중간적 요소인 고유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개별적 특수한 인간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추상적이고 보편적 인간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특수성에 집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편성을 향해 열려 있는 인간은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형성해 간다. 남의 그런 고유성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길이다.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은총의 순간, 고유한 시간을 사는 길이다. 사랑은 구원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장사지내라는 교훈을 남긴다. 집착은 스토아철학 뿐 아니라 불교적 사고에서도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삶이란 변화의 연속이고 인간은 누구나 변하고 죽게 마련이라 집착은 행복이나 평정을 잃게 할 뿐더러 자유를 앗아 간다.
사랑의 지혜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름대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매일 죽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언젠가 헤어지는 날이 반드시 찾아올 사랑하는 사람들과 현재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