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목♣내 인생 최고의 고수♣
내 인생 최고의 고수를 만나던 날, 워커힐 W 호텔에 들어서는 발걸음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빌 클린턴을 만나러 왔기 때문이다. 46세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탁월한 의사 결정, 8년간 미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었던 시대감각, 르윈스키 사건으로 한동안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냉철함을 보여 줬던 그다. 인간적인 실수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에게서 리더의 선택을 배우고 싶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더 큰 영향력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던 고수이기에
그 리더십이 부러웠다.
역시 고수를 만나는 일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일정 자체도 1시간은 족히 기다리게 짜여 있었다. 《My Life》 출판 기념으로 진행되는 자선 행사인 터라,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고서 책을 확보했다. 그런데 막상 지정된 자리에 가 보니, 나만 책을 들고 있었다. 무슨 상관이랴, 내 인생 최고의 고수를 만나는 상황에 투자를 아낄 일이 아니었다. 테이블 앞자리에 앉은 한 지인이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재담가답게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은 간단합니다. 고수를 만나서 배우고 실천하면 되지요.”
그는 작정한 듯 고수론(高手論)을 설파했다. 우리 모두 클린턴이라는 고수를 만나러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화두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난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관절염 고수를 만나게 되었단다.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이제는 골프를 쳐도 무리가 없을 만큼 호전됐다고 한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걱정인데, 그 역시 고수가 해답을 알더란다. 대머리는 고칠 수 있는데, 그러면 정력에 다소 손해가 갈 수 있다는 충고가 따랐다고 한다. 아내에게 대머리를 참을래 아니면 힘없는 남자를 참을래 하고 물었더니, 대머리를 참겠다고 하더란다. 테이블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 테이블은 고수 배우기에 재미를 들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한 의사는 남자 성형의 흐름을, 인터넷 서점 사장은 독서의 흐름을 알려 주었다. 강의로 따지면, 비싼 수강료를 내고 들었을 주제임에 틀림없다. 이 모두가 고수를 만나러 온 자리였기에 주옥같은 교훈이 편안하게 공유될 수 있었다.
테이블의 고수론이 대충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클린턴은 등장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싶어 이번에는 책을 들척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무엇이 다를까? 예습이라도 하듯이 핵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답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일곱 살 때부터 사람 만나는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촌놈이 어찌 그리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는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이미 15명 정도의 결정적인 고수와 동역자를 만났다. 클린턴 역시 고수론의 대가였던 셈이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클린턴이 등장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나타나 우애를 과시했다.
오늘의 주인공, 클린턴이 연단에 섰다. 모두가 기다리던 클라이맥스였다. 그는 우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차례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호텔에 모인 한국 리더들, 그리고 한국 출판사와 독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정작 본론은 없었다. 행복한 인생을 살라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면 참으로 싱거운 연설이었다. 고수의 비법을 배우겠다고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는 되었다. 자신이 할 모든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리더십의 모든 것이 사람에서 시작하여 사람으로 마무리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며 빙그레 웃었다. 섭섭할 뻔했다. 테이블에서 얘기 나눈 고수론이 없었으면 말이다. 클린턴의 성공 노하우를 짬짬이 읽어 둔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최고 고수 클린턴을 만나 성공 노하우를 배우러 왔지만 정작 그를 기다리던 과정이 본론이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로 가는 과정에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목표는 대강의 방향을 가르쳐주면 된다. 대충 이런 정도다 하면 충분하다. 정교할 필요가 없으며, 목표 자체에 지나친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된다. 리더십의 즐거움은 불확실성에 있다. 확실성을 추구할수록 보폭이 작아지고 수동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본질은 목표로 향하는 골목에서 어떤 고수를 만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고수들에게 듣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라. 내 인생 최고의 고수는 바로 지금 만나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수들조차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 스스로 고수가 되는 여정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고수를 만나는 일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일정 자체도 1시간은 족히 기다리게 짜여 있었다. 《My Life》 출판 기념으로 진행되는 자선 행사인 터라,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고서 책을 확보했다. 그런데 막상 지정된 자리에 가 보니, 나만 책을 들고 있었다. 무슨 상관이랴, 내 인생 최고의 고수를 만나는 상황에 투자를 아낄 일이 아니었다. 테이블 앞자리에 앉은 한 지인이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재담가답게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은 간단합니다. 고수를 만나서 배우고 실천하면 되지요.”
그는 작정한 듯 고수론(高手論)을 설파했다. 우리 모두 클린턴이라는 고수를 만나러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화두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난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관절염 고수를 만나게 되었단다.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이제는 골프를 쳐도 무리가 없을 만큼 호전됐다고 한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걱정인데, 그 역시 고수가 해답을 알더란다. 대머리는 고칠 수 있는데, 그러면 정력에 다소 손해가 갈 수 있다는 충고가 따랐다고 한다. 아내에게 대머리를 참을래 아니면 힘없는 남자를 참을래 하고 물었더니, 대머리를 참겠다고 하더란다. 테이블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 테이블은 고수 배우기에 재미를 들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한 의사는 남자 성형의 흐름을, 인터넷 서점 사장은 독서의 흐름을 알려 주었다. 강의로 따지면, 비싼 수강료를 내고 들었을 주제임에 틀림없다. 이 모두가 고수를 만나러 온 자리였기에 주옥같은 교훈이 편안하게 공유될 수 있었다.
테이블의 고수론이 대충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클린턴은 등장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싶어 이번에는 책을 들척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무엇이 다를까? 예습이라도 하듯이 핵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답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일곱 살 때부터 사람 만나는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촌놈이 어찌 그리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는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이미 15명 정도의 결정적인 고수와 동역자를 만났다. 클린턴 역시 고수론의 대가였던 셈이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클린턴이 등장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나타나 우애를 과시했다.
오늘의 주인공, 클린턴이 연단에 섰다. 모두가 기다리던 클라이맥스였다. 그는 우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차례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호텔에 모인 한국 리더들, 그리고 한국 출판사와 독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정작 본론은 없었다. 행복한 인생을 살라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면 참으로 싱거운 연설이었다. 고수의 비법을 배우겠다고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는 되었다. 자신이 할 모든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리더십의 모든 것이 사람에서 시작하여 사람으로 마무리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며 빙그레 웃었다. 섭섭할 뻔했다. 테이블에서 얘기 나눈 고수론이 없었으면 말이다. 클린턴의 성공 노하우를 짬짬이 읽어 둔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최고 고수 클린턴을 만나 성공 노하우를 배우러 왔지만 정작 그를 기다리던 과정이 본론이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로 가는 과정에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목표는 대강의 방향을 가르쳐주면 된다. 대충 이런 정도다 하면 충분하다. 정교할 필요가 없으며, 목표 자체에 지나친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된다. 리더십의 즐거움은 불확실성에 있다. 확실성을 추구할수록 보폭이 작아지고 수동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본질은 목표로 향하는 골목에서 어떤 고수를 만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고수들에게 듣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라. 내 인생 최고의 고수는 바로 지금 만나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수들조차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 스스로 고수가 되는 여정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