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김춘수 - 자유게시판 [117쪽] - 부야한의원

자유게시판

제목<꽃> 김춘수
작성자세정 @ 2009.04.04 11:31:22
1번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