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목장자 의
삶과 죽음의 징검다리 평생을 동고동락하던 아내가 죽었습니다. 절친했던 친구 혜시가 문상을 왔습니다. 수심에 찬 장자를 어떻게 위로할까 고심하던 혜시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장자는 아내의 주검을 앞에 놓고 젓가락 장단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혜시.."이보게 친구, 울지 않겠다면 그건 좋아. 하지만 젓가락까지 두들기며 노래까지 한데서야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여기가 노래방도 아니잖아." 장자 왈.. 내 얘기 들어보게. 집사람이 막 죽었을
때 사실 나도 슬펐다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게 아니더란 말일세. 집사람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형체도 없고 모습도 없지 않았었나. 그러다 어떻게 하여 모습을 갖추고 이 세상에 나왔던 것이네. 그러다 때가 되어 주검이 되었고, 저 주검도 세월이 지나면 모습도 형체도 없이 사라지겠지. 결국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게 자연의 이치인데 그런 자연의 이치를 슬퍼하고 거부하고 저주할 필요가 있겠는가.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춘하추동 사계절이 무한히 반복되듯 우리의 생명도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일세. 누가 아나, 집사람은 지금 아늑하고 고요한 세계에 빠져들어 달콤한 잠을 자고 있을지. 이런 데 생각이 미치자 내가 방금 통곡을 한 것이 갑자기 우스워지더란 말일세. 그래서 웃음이 나왔고, 웃다보니 즐거워 젓가락 장단에 맞춰 한 곡을 뽑고 있었던 것이라고....." 남의 죽음이어서 장자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했을까요? 장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달관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자들이 스승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나름대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루려 부산을 떨었습니다. 장자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죠.. 야들아, 내가 죽으면 그냥 들판에다 버리거라. 하늘과 땅이 내 관짝이요, 해와 달이 내 부장품이며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수의로다. 산천초목과 들짐승 날짐승이 모두 조문객이 되겠으니 더 이상 준비할 것도 말 것도 없느니라. 내 죽거든 그냥 끌어다 들판에다 던져다오. 장자에게 배웠으면 스승의 스타일은 능히 짐작했으련만
그러나 제자들이란게 그래도 예의를 지키겠다고 자꾸 버티며 말하길.."선생님, 그래도 관짝은 하나 준비하렵니다. 그냥 내다 버리면 독수리 올빼미 부엉이들이 와서 쪼아 먹지 않겠어요."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참, 힘든 것들. 관짝에 넣어 땅속에 묻으면 그럼 개미나 땅강아지들이 들어와 뜯어먹지 않겠느냐. 결국 누가 먹든 같은 것이예요. 뭐 하러 고생하여 관짝 사면서 돈 쓰고 땅 파서 묻느라 신경쓰느냐. 독수리 올빼미에게 줄 것을 빼앗아 개미나 땅강아지에게
주어야 마음이 꼭 시원한가. 인간이란 죽으면 결국 먼지가 되는 것, 굳이 그럴 필요 없느니라, 그냥 들판에 갖다 버리거라.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므로 제자들이 어떻게 장례식을 치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짝을 샀든 들판에 내다 버렸든 여하튼 장자는 죽음 마저도 이렇게 웃으며 맞이했습니다. 그의 삶은 웃으며 시작했다가 웃으며 끝이 납니다. 모든 게 웃겼던 것이예요. 그런데 장자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우리같은 범인은 다소 심각해집니다. 이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심각해지는 우리를 보고 장자는 또 웃겠죠? 이상으로 대략 장자의 일생--그의 성격과 행적을 마감하기로 합니다. 장자가 기원전 몇년에 태어나 언제 세상을 떳다.. 이렇게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이처럼 오리무중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욱 "장자스럽지" 않습니까? 만일 장자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와 이런 식으로 그의 일생을 적은 걸 보게 된다면 물론 칭찬이야 아니하겠지만 그러나 크게 나무라지도 않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