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목[펌]우리밀 이야기
우리밀 지켜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신나게 밀밭을 밟는 아이들과 어른들 ⓒ 배만호/월간 작은책
10년 전에 우리 밀 종자가 단 한 줌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 한 줌의 종자를 가지고 뜻있는 분들이 모여 우리 밀을 살리자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입 밀에 맞서 외롭게 자라났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한 해 동안 일만 톤 가량의 우리 밀을 우리 땅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때, 한 줌의 종자가 없었으면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은 시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출발해서 지금까지 우리 밀을 지켜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기적 말고 달리 설명할 말이 궁해집니다.
1997년에 아이엠에프사태를 맞으면서 우리 밀 사업이 휘청거렸습니다.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덩달아 우리 밀 사업도 부도가 났습니다. 농협에서 우리 밀 사업을 인수했지만, 농협은 우리 밀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단체가 아니라서 몇 해 동안 운동이 제자리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우리 밀을 살려서 우리 밀 라면, 우리 밀가루, 우리 밀국수, 우리 밀 건빵 들을 만들어 보급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말고도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한살림 들에서 우리 밀 제품을 많이 보급하고 또한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우리 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남 합천에서 ‘우리밀밭밟기’를 하였습니다. 겨울 동안 땅이 얼면서 뿌리가 흙과 함께 솟구쳐 있는 밀을 밟아서 봄이 되어 뿌리가 제대로 잘 내리게 하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 줌으로 밀은 가지치기를 더 많이 하고 결국은 많은 양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밀밭만 밟는 것이 아니라 보리밭도 밟아 주면 좋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시골 동네에 아이들이 많아서 겨울이면 온 동네에 있는 논을 뛰어다니며 놀았기에 따로 보리밭이나 밀밭을 밟아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명절이 아니면 아이를 보기가 어렵게 된 곳이 농촌이기에 일부러 밀밭을 밟는 행사를 하기도 하네요.
소비자단체로 마산, 창원, 진주, 진해 경남 일대에서 400명이 넘는 시민과 아이들이 모였고, 가까운 곳에서 모인 100명이 넘는 생산자들이 함께 밀밭밟기 행사를 하였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하는 행사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밀로 동네 아주머니들이 부쳐 내는 부침개들은 익기가 무섭게 손에 들려 나갔습니다.
가게에서 파는 빵을 보면 무방부제라고 적혀 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방부제를 넣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입 밀가루에 방부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방부제라고 하는 것을 보면, 참 뻔뻔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유기농산물 매장이 있다면 우리 밀을 사 오셔서 수입 밀과 견주어 보세요.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두 가지 밀을 가만히 두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면 우리 밀은 오래가지 않아 상하거나 썩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 밀은 언제나 깨끗합니다. 당연히 썩지도 않지요. 좀 더 빨리 알려거든 바퀴벌레나 개미 들을 밀가루가 담긴 그릇에 넣어 보세요. 우리 밀로 만든 밀가루에선 잘 살지만, 수입 밀가루에서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 버릴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두가 독을 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점심을 우리 밀로 만든 수제비로 먹고 모두들 밀밭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밀밭밟기와 농촌 문화 체험을 하면서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습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흙을 밟으며 노는 게 잘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밀밭에서 비석치기도 하고, 연도 날리고, 어른들은 윷놀이도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밀은 400만 톤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 땅에서 생산된 우리 밀이 딱 10,000톤입니다. 단지, 0.25%만이 우리 밀입니다. 하지만 전체 소비량의 0.25%조차 소비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밀을 유통시키려는 많은 단체에서는 해마다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독극물과 같은 값싼 수입 밀 때문에 설 자리가 좁기 때문이지요.
밀은 원래 늦가을에 심어 초여름에 거두기 때문에,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기를 수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충청 이남 지역은 한겨울에도 무성하게 자라는 독생초가 있어 제초제를 한 번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초제를 뿌리고 여섯 달이 지나서 거두기 때문에 잔류 농약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제초제조차 뿌리지 않는 농민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제초 작업을 손수 하기도 하고, 조금 적게 생산하더라도 안전한 밀을 생산한다고 가장 독한 농약인 제초제를 아예 쓰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수입 밀은 어떨까요? 수입 밀도 기르는 과정에서는 농약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밀가루가 미국에서 우리나라까지 배로 실려 오는데 두 달이 넘게 걸립니다. 그러다 보면, 제분된 밀가루의 색이 노랗게 변하고 밀 바구미가 생겨야 정상인데 수입 밀은 눈처럼 하얗고 밀 바구미도 없습니다. 달리 까닭이 있는 게 아니라, 수입 밀은 말라치온, 디디티, 파라치온메칠 같은 농약을 밀을 거둔 뒤에 씁니다. 사람들이 먹기 바로 전에 농약을 치는 셈입니다. 그것도 독성이 하도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못하게 하는 농약들입니다.
그래서 수입 밀은 몇 년을 놓아둬도 벌레가 생기지 않습니다. 원래 벌레가 못 먹는 곡물은 사람도 먹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게다가 수입 밀은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표백제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몸에 해로운 수입 밀을 우리는 1년에 400만 톤이나 먹고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밀은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나 치질에 좋고 위와 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들에서는 우리 밀로 만든 밀가루, 국수, 라면, 만두 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격이 수입 밀의 두 배나 되지만, 그만 한 가치가 있습니다.
살충제나 표백제,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월간 작은책=코리아포커스 제휴사)
신나게 밀밭을 밟는 아이들과 어른들 ⓒ 배만호/월간 작은책
10년 전에 우리 밀 종자가 단 한 줌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 한 줌의 종자를 가지고 뜻있는 분들이 모여 우리 밀을 살리자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입 밀에 맞서 외롭게 자라났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한 해 동안 일만 톤 가량의 우리 밀을 우리 땅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때, 한 줌의 종자가 없었으면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은 시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출발해서 지금까지 우리 밀을 지켜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기적 말고 달리 설명할 말이 궁해집니다.
1997년에 아이엠에프사태를 맞으면서 우리 밀 사업이 휘청거렸습니다.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덩달아 우리 밀 사업도 부도가 났습니다. 농협에서 우리 밀 사업을 인수했지만, 농협은 우리 밀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단체가 아니라서 몇 해 동안 운동이 제자리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우리 밀을 살려서 우리 밀 라면, 우리 밀가루, 우리 밀국수, 우리 밀 건빵 들을 만들어 보급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말고도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한살림 들에서 우리 밀 제품을 많이 보급하고 또한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우리 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남 합천에서 ‘우리밀밭밟기’를 하였습니다. 겨울 동안 땅이 얼면서 뿌리가 흙과 함께 솟구쳐 있는 밀을 밟아서 봄이 되어 뿌리가 제대로 잘 내리게 하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 줌으로 밀은 가지치기를 더 많이 하고 결국은 많은 양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밀밭만 밟는 것이 아니라 보리밭도 밟아 주면 좋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시골 동네에 아이들이 많아서 겨울이면 온 동네에 있는 논을 뛰어다니며 놀았기에 따로 보리밭이나 밀밭을 밟아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명절이 아니면 아이를 보기가 어렵게 된 곳이 농촌이기에 일부러 밀밭을 밟는 행사를 하기도 하네요.
소비자단체로 마산, 창원, 진주, 진해 경남 일대에서 400명이 넘는 시민과 아이들이 모였고, 가까운 곳에서 모인 100명이 넘는 생산자들이 함께 밀밭밟기 행사를 하였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하는 행사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밀로 동네 아주머니들이 부쳐 내는 부침개들은 익기가 무섭게 손에 들려 나갔습니다.
가게에서 파는 빵을 보면 무방부제라고 적혀 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방부제를 넣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입 밀가루에 방부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방부제라고 하는 것을 보면, 참 뻔뻔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유기농산물 매장이 있다면 우리 밀을 사 오셔서 수입 밀과 견주어 보세요.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두 가지 밀을 가만히 두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면 우리 밀은 오래가지 않아 상하거나 썩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 밀은 언제나 깨끗합니다. 당연히 썩지도 않지요. 좀 더 빨리 알려거든 바퀴벌레나 개미 들을 밀가루가 담긴 그릇에 넣어 보세요. 우리 밀로 만든 밀가루에선 잘 살지만, 수입 밀가루에서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 버릴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두가 독을 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점심을 우리 밀로 만든 수제비로 먹고 모두들 밀밭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밀밭밟기와 농촌 문화 체험을 하면서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습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흙을 밟으며 노는 게 잘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밀밭에서 비석치기도 하고, 연도 날리고, 어른들은 윷놀이도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밀은 400만 톤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 땅에서 생산된 우리 밀이 딱 10,000톤입니다. 단지, 0.25%만이 우리 밀입니다. 하지만 전체 소비량의 0.25%조차 소비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밀을 유통시키려는 많은 단체에서는 해마다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독극물과 같은 값싼 수입 밀 때문에 설 자리가 좁기 때문이지요.
밀은 원래 늦가을에 심어 초여름에 거두기 때문에,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기를 수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충청 이남 지역은 한겨울에도 무성하게 자라는 독생초가 있어 제초제를 한 번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초제를 뿌리고 여섯 달이 지나서 거두기 때문에 잔류 농약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제초제조차 뿌리지 않는 농민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제초 작업을 손수 하기도 하고, 조금 적게 생산하더라도 안전한 밀을 생산한다고 가장 독한 농약인 제초제를 아예 쓰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수입 밀은 어떨까요? 수입 밀도 기르는 과정에서는 농약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밀가루가 미국에서 우리나라까지 배로 실려 오는데 두 달이 넘게 걸립니다. 그러다 보면, 제분된 밀가루의 색이 노랗게 변하고 밀 바구미가 생겨야 정상인데 수입 밀은 눈처럼 하얗고 밀 바구미도 없습니다. 달리 까닭이 있는 게 아니라, 수입 밀은 말라치온, 디디티, 파라치온메칠 같은 농약을 밀을 거둔 뒤에 씁니다. 사람들이 먹기 바로 전에 농약을 치는 셈입니다. 그것도 독성이 하도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못하게 하는 농약들입니다.
그래서 수입 밀은 몇 년을 놓아둬도 벌레가 생기지 않습니다. 원래 벌레가 못 먹는 곡물은 사람도 먹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게다가 수입 밀은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표백제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몸에 해로운 수입 밀을 우리는 1년에 400만 톤이나 먹고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밀은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나 치질에 좋고 위와 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들에서는 우리 밀로 만든 밀가루, 국수, 라면, 만두 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격이 수입 밀의 두 배나 되지만, 그만 한 가치가 있습니다.
살충제나 표백제,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월간 작은책=코리아포커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