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한의원 한켠에 국화꽃이 피었다
지금은 가을의 한 중간, 국화의 계절이다.
추운 가을날 서리에도 선명한 노랑색 컬러를 드러내며 피어있는 국화는 가히 감탄할 만하다.
국화는 추운 가을날, 꽃이 드문 계절에 보는 꽃이라 유난히 더 반가운 꽃이다.
옛 선현들이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군자의 인품과 닮아있는 꽃이라 칭송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국화는 실제 한약재로도 쓰이고 건조시킨 후 우려내어 차로 마실 수도 있다.
국화는 가을에 피는 꽃답게 청량한 가을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어 서늘한 성질을 가진다.
사람 몸에 들어가면 주로 두면부에 작용하여 상부의 열을 내리고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효능을 가진다.
특히 열로 인해 머리와 눈이 맑지 않을 때 국화차를 한 잔 마시면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체질적으로는 태음인에게 잘 맞다.
국화는 문상을 할 때 고인의 영전에 올려지는 꽃이다.
주로 흰색을 많이 쓰는데 흰색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장부적으로 폐와 연결이 된다.
폐라는 장기는 사람의 5가지 감정(노여움, 기쁨, 사려, 슬픔, 두려옴) 중에서 슬픔과 연결된다고 본다.
국화를 보면 봄 여름에 피는 꽃들에게서 느껴지는 화려함과는 다른 가을의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고인의 영전에 슬픔과 숙연함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흰색의 국화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는 동양 철학과 한의학의 정서가 은연중에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국화, 가을, 성숙, 슬픔, 지조, 인내, 미당, 그룹 들국화,...
국화와 연상되는 단어들을 한 번 나열해본다.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느듯 성큼 다가오는 겨울을 마주하며 늘 아쉬워했던 것 같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어느 햇빛 좋은 가을 들녘에서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보랏빛 들국화를 볼 수 있는 행운을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