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사리암 갈 때는... - 부야칼럼 [21쪽] - 부야한의원

부야칼럼

제목청도 사리암 갈 때는...
작성자한의원 @ 2015.12.10 10:15:23
1번 청도 사리암 갈 때는...

청도에서 근무하게 된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낯설게 느꼈던 청도가 이젠 익숙한 정감있는 동네가 되어 복숭아의 향긋한 과일 냄새와 달달한 홍시가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청도를 알게 된 건 거의 10년 전 즈음이다. 청도 유명 사찰인 운문사를 지나 산꼭때기에 위치한 사리암을 찾아가면서 청도와 인연을 짓게 되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여러 음식점들을 지나 넓게 위치한 운문사를 잠깐 들른 후 다시금 소나무 숲의 상쾌한 냄새와 졸졸 흐르는 물길 소리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사리암 방문 차량들이 주욱 늘어선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 길에 간혹 차를 몰고 올라가는 방문객이 태워준다고 잠시 멈춰서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타도 될 만큼 먼 길이지만 다리의 고단함보다는 정경이 주는 선선함과 멋진 광경들 때문에 묵묵히 걸어가게 된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사리암 올라가는 새로운 길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미 다리는 무거워져 있어 앞서 왔던 길보다 더 가파른 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더욱 힘을 내서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사리암을 갈 때는 마음을 먹고 갈 때가 많은데 생각도 많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갔다 오게 되면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 있어 고단함이 따르더라도 한번씩 가게 되는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을 비오듯 흘려서 올라간 사리암 정상은 바람도 좋고 아무 생각 들지 않아 딱 좋다.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한 암자 안에 앉아 있으면 올라오기 전에 아둥바둥 살던 내가 작아 보이고 헛헛한 생각들이 한자락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신기한 순간을 맞는다.

 

땀도 다 식어가고 허기가 질 때 사리암 밥은 꿀맛같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림길을 재촉한다.

 

선뜻 어디론가 간다는 건 한번씩 작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알면서도 쉽지 않은 그 용기가 있어 그래도 또 살아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한번씩 오를 만한 청도 사리암에 이 추운 겨울 헛헛한 마음이 드는 사람은 용기 내어 가봄이 어떤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