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부야칼럼 [22쪽] - 부야한의원

부야칼럼

제목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작성자한의원 @ 2016.03.11 11:27:40

 한때 피아노를 치던 시기에 내가 좋아하던 음악가는 어릴때는 모차르트, 크면서는 베토벤, 쇼팽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모차르트의 순수함, 천진난만함, 발랄함이 좋았고, 중고등학교 때는 베토벤의 중후함, 쇼팽의 서정성이 좋았다.

그런데 20대가 되고 30대가 되면서 새롭게 마음에 와닿은 작곡가가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였다. 10대때는 난해하게 들려 즐겨듣지 않던 곡들이 더 와닿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한때 빠져있던 음악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Shine’이라는 영화에서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호주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데이비드가 평생에 걸쳐 뛰어넘어야 할 높은 장벽과 같은 곡이었고 결국 이 곡을 연주하다가 미쳐버리게 된다.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함께 흐르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당시 10대였던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찾아 듣게 되었고, 3번보다 2번이 더 좋았었다.

그 후에 잊고 살다가 20대 후반에 다시 우연히 듣게 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10대때에 느꼈던 것과 다르게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고, 힘들 때는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빠져들었었다.

 

라흐마니노프는 190cm의 거구에, 그보다 큰 손으로 유명했다. 한꺼번에 건반 13개를 짚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작곡한 곡들은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들이 많아서 피아니스트에겐 도전과 같은 곡이다.

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이렇게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을까? 궁금해하면서 그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그의 인생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처음에 교향곡 1번을 발표했는데, 당시에 굉장히 혹평을 받았다. 그때 지휘를 맡은 글라주노프의 지휘가 엉망이었다고.. 당시 24살 이었던 라흐마니노프는 큰 충격을 받고 그 이후로 우울증을 앓게 된다. 연주는 했지만, 작곡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때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상담치료를 받았는데, 그 박사에게 최면 치료를 받고 나는 다시 곡을 쓸 수 있다.’ ‘그건 최고의 곡이 될 것이다.’라고 암시와 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그때 쓴 곡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그동안 마음의 슬픔과 응어리가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와 같은,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게 아닐까 싶다.

라흐마니노프의 인생도 참 파란만장한데,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지만 어린 시절에 집안이 몰락했고, 일찌감치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야심차게 쓴 교향곡 1번이 실패하고 3년동안 우울증을 앓는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쓰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났지만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고 그때 목숨을 걸고 러시아를 탈출해서 그때부터 유럽을 떠돌게 되는데, 평생 러시아를 그리워하다가 1943년에 70세의 나이로 미국의 비버리힐즈에서 타계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러시아를 그리워하며 교향곡을 쓰고, 러시아 의상을 입고 귀국을 꿈꿨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고국과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우리의 의 정서와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그의 인생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곡들을 남길 수 있었던것 같다.

  http://youtu.be/leXt4ilaPdA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에버그니 키신과 정명훈의 협연 동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