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계절이 바뀌는 것 또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또 다시 봄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는 누가 정하며 왜 순서는 바뀌지 않을까?
이상기후로 인해서 옛날처럼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가장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 한의학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생(生)’의 계절인 봄, 성장을 재촉하는 ‘성(成)’의 계절인 여름, 거두어 들이는 ‘수(收)’의 계절인 가을, 저장하는 ‘장(藏)’의 계절인 겨울로 계절의 변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장하(長夏)’의 계절을 둔다. 장하의 계절은 만물의 속이 익어가는 ‘화(化)’의 계절로 봄에 생명이 움튼 열매가 여름내내 마음껏 자라다가 이 시기가 되면 속으로 익는다. 그리고 가을에 서리를 맞은 후 최종 열매가 완성된다. 열매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질적으로 변화되는 시기다.
하늘에서 춘하추동을 만들고 그 순서를 정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이치가 아닐 수 없다. 사계절에 따라서 만물도 1년동안 시작하고 성장하고 번창하고 열매를 맺고 시들고 마무리가 된다.
사람의 일생도 살펴보면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게 된다. 춘하추동과 같은 모습이다. 우리의 인생도 장하의 계절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장하의 계절은 인내의 시기이다. 순수하고 겁없고 혈기왕성한 10대와 20대를 지나서 중장년에 이르는 30대, 40대가 아닐까 싶다. 지난 청년기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장년, 노년기를 내다보면서 내실을 다져서 단단해져야 하는 시기이다. 1년으로 보면 장하의 계절은 그 중간에 해당하는 시기로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고 희망차게 실천해나가고 그 과정에 여러 변수를 겪어오다가 하반기를 맞이하기 전에 이르는 전환점과 같은 시기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열매를 맺는다. 열매가 곧 생의 목적이자 목표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열매를 맺음으로써 존재의 이유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하의 계절을 통해 열매가 속까지 익는 것처럼, 인내의 계절을 통해 속까지 무르익은 성숙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