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따로국밥? 섞어국밥? - 부야칼럼 [20쪽] - 부야한의원

부야칼럼

제목몸과 마음은 따로국밥? 섞어국밥?
작성자한의원 @ 2016.08.26 18:11:31

1. 몸과 마음 심신일원론 vs 심신이원론

 몸과 마음을 일원론적으로 볼 것인가, 이원론적으로 볼 것인가는 예부터 있어왔던 논쟁거리 혹은 생각거리이다.

  동양에서 익숙했던 것은 심신일원론적인 사고였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는 노즉기상(怒則氣上, 성 내면 기운이 뜬다)’, ‘사즉기결(思則氣結, 생각이 많으면 기운이 맺힌다)’, ‘우즉기울(憂則氣鬱, 우울하고 걱정이 있으면 생명활동이 자유롭지 않다)’ 등의 얘기를 한다. 즉 성내거나 우울한 마음 상태에 따라 기운, 몸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이는 우리가 시험이나 면접 등으로 긴장하거나 신경 쓰면 비위부터 기운이 맺혀 밥이 잘 안 넘어갔던 상황 등을 떠올려보면 마음과 몸이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고, 서로 밀접한 상호영향 아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동양에서는 수신(修身)을 통해 수심(修心)을 이뤄내기도 하고, 수심(修心)을 통해 수신(修身)을 이뤄내기도 하였다. 생각해보면 태극권이나 택견 등이 수신(修身)뿐만 아니라 수심(修心)까지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심신이원론의 대표주자는 데카르트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을 얘기하면서 정신적인 것의 존재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은 분리된 독립적 실체가 되고, ‘이성중심의 모더니즘 시대 물꼬를 확 터주었다. 지금은 감성이나 다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되었지만, 현재까지 초, , 고 교육은 이성중심의 모더니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까지 나왔지만, , , 고 교육은 뉴턴의 사고틀을 유지한 채 배우는 면이 크다. 그러다보니 이성’, ‘합리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적 세계관이 초, , 고 기본교육에 깔려 있어 우리도 알게 모르게 심신이원론적인 세계관이 익숙할 수 있다.

 

 

2. (body)과 병(), 이 둘은 따로일까?

  몸과 마음을 은연중에 둘로 보기 쉬운 것처럼 몸과 질병 또한 분리된 것으로 보기 쉽다. 예를 들어 당뇨병을 생각해보자. 당뇨는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당뇨가 혈당조절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도 맞고, 인슐린과도 관계된 것은 맞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이렇게 되고 나니 어느 순간 혈당이나 인슐린이란 것에만 생각의 초점이 맞춰지기 쉽고, 그것이 나 자신’, ‘내 몸과 상관되어 있다는 것은 잊어버리기 쉽게 된다. 혈당, 인슐린이라는 대상은 객체화되어 인식되기 쉬운 것이다. 실제로는 그런 결과가 나온 것도 나 자신’, ‘내 몸과 연관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비만이나 고량진미의 식습관, 스트레스 등을 당뇨 유발인자로 지적하긴 하지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나 자신’, ‘내 마음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꼭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 당뇨는 소갈(消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운다()'는 뜻으로 열기가 몸 안의 음식을 잘 태우고, 오줌으로 잘 나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란 '자주 갈증이 난다'는 뜻이다. 이름에서처럼 소갈병은 음식을 자주 먹고, 갈증이 나며, 오줌을 자주 누는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 소()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꾸 태우는 증상이 있는 것이 당뇨이다. 마음을 자꾸 태우는 것이다. 초조, , 짜증 있으면 마음을 자꾸 졸이고 태우게 된다. 초조, , 짜증으로 기운이 떠서 막히면 열이 되는 게 반복되어 갈증이 생기고, 이 열로 입은 당겨서 먹으나 제대로 소화되어 기운과 영양이 되지 못하고 당이 헛돌다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비만이 아닌 사람도 혈당조절이 안 되며, 웬만한 운동부족에도 혈당조절에 문제가 없다든지, 이삼십 년 사이에 사회분위기가 복잡해진 것과 비례해서 당뇨이환율이 격증한 것 등으로 봐서, 당뇨의 가장 큰 원인에 노심초사하는 나 자신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몸과 마음은 따로국밥처럼 분리하여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섞어국밥처럼 밀접한 연관 관계 속에서 생각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섞어국밥에 마음이 끌린다. 사람을 보면 볼수록 몸과 마음, 몸과 병, 이 둘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좋은 마음이 있다면 좋은 신체도 갖춰지기 쉬우니, 마지막은 [동의수세보원]에 있는 말로 마무리를 해보고 싶다.

 

妬賢嫉能 天下之多病也(투현질능 천하지다병야, 어진 사람을 시기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질투하는 것이야말로 천하의 큰 병이고)

好賢樂善 天下之大樂也 (호현락선 천하지대약야, 어진사람을 좋아하고 선을 실천하기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천하의 가장 위대한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