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단 상 (斷想)
- 겨울 인간 -
계절을 마무리하는 겨울은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다가올 봄을 위해 웅크리고 잠장하는 시기이다. 가을의 기운을 가득 담은 씨앗들을 잘 품어 봄을 위해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겨울 같은 사람이 있다. 겉은 차갑고 매섭게 보이지만 묵묵히 기다릴 줄 알고 언젠가 발현될 내부의 가득한 에너지를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봄 같은 사람이 다가간다면 눈 녹듯 본연의 색이 드러나게 된다.
사람들은 심리적 기제 중 하나인 방어 본능을 갖고 산다. 사람 사이 관계에서 스스로를 다치지 않게 경계선을 그어 두다가 경계가 불안해지면 방어기제가 발동하게 되는데, 나타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경계를 단단히 하는 사람, 경계 주변에서 타협하는 사람, 경계 안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하게 표출 되는데 이런 상황이 오면 상대편 역시도 당황해 하거나 오해 하거나 반성하게 되는 등 여러 모습으로 대응하게 된다.
살면서 가족, 친구, 동료, 연인 등 사람관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여러 방어적 행동과 말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끈끈한 믿음이 바탕이 된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그렇지 않고 극단적으로 나가면 회복 불능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겨울 같은 사람은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방어 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차갑게 매섭게 보이기도 하는데, 숨겨진 바탕이 어떠한가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기다림과 살핌은 인내가 필요하고 때론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고 접근해야 하며 오히려 상처받을까봐 겁내는 상황이라면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