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얼마 전 친구의 카카오톡 대문사진으로 도솔산 선운사에 있는 보왕삼매론이라는 글귀를 보게 되었다. 보왕삼매론이란 묘협스님이 쓴《보왕삼매염불직기》중 제17편 <십대애행>에 나오는 구절로, 삼매를 닦음에 있어 방해가 되는 열 가지 큰 장애를 여러 불경에 의지하여 정립한 것이라 한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오랜 학생 생활과 더불어 사회 경험도 쌓여가고 있는 지금,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구절이 없지만, 매일 아픈 환자들과 상담을 하고 처방을 하는 의료인으로써 무엇보다도 첫 번째 구절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말이 먼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말은 병을 앓을 때 신음만 하지 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라는 말이라 한다. 평소에 건강했을 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병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웃에게 고마움도 느껴야 하고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인간관계는 어떠했는가, 나는 직장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던가 하는 것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평생 건강하게만 산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기운도 약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기 마련이다. 아픈 곳이 많고 잔병치례를 많이 하며 살아오신 분들은 병을 받아들이는데 큰 거부감이 없는 반면, 지금까지 일도 많이 하고, 건강에는 자신 있다고 하며 지내오신 분들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을 겪고 아픈 곳이 생기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마다 이런 노화증상과 병적인 증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한해 한해가 다르고 하루하루가 다르실 꺼다. 예전에 100의 일을 하고 활동을 하셨다면 지금은 80, 60, 50 점점 줄여가면서 해야지 그때를 생각하고 무리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꼭 해드린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면서 치아가 나고, 키가 크고, 어른이 되어 가듯이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되며 흰머리도 나고 눈도 침침해지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고, 주위에서 이러한 생노병사를 접하면서 살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모든 것이 낯설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병이 생기고, 노화가 시작되는 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것을 계기로 삼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한걸음 쉬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노화 뿐 아니라 병적인 증상들도 몸이 쉬어주면 좋겠다 하고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그것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몸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챙겨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