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본 사상의학의 태동 - 부야칼럼 [11쪽] - 부야한의원

부야칼럼

제목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본 사상의학의 태동
작성자한의원 @ 2021.03.29 10:10:15

 

 사람들은, 심지어 한의사들 마저 “우리나라에서 사상의학이 생겨났을 때 미국에서는 이미 지하철이 개통하였다” 라며 사상의학이 구시대적인 양 근대 한국의 발달정도를 비아냥 거리는 표현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사상의학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몰지각에서 나오는 발언임을 이번 부야칼럼을 통해서 알리고자 한다.

 

 사상의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 시작을 동의수세보원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은 1894년 동무 이제마가 초판하였으며 1900년 다시 증보하고 그 제자들이 출판, 간행하였다.

 

 이제마의 사상의학론은 그의 의학적 철학적 사고발전의 결과물이며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사망하였을 만큼 최신물이다. 우리는 그 사고의 뿌리를 알아보기 위해 그 전의 저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격치고 이다.

 

 격치고의 격치는 대학의 격물치지이다. 자연히 성리학과 관련된 내용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880년대에 나온 성리학 서적. 그것 자체만으로 구시대적인가? 이제마가 격치고를 집필하고 사상의학을 탄생시킨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아보도록 하자.

 

 이제마가 태어난 1839년은 11살에 즉위하여 34년동안 세도정치아래 있던 순조에 이어 8살에 즉위한 헌종이 5년 째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받던 해이다. 성장하면서 철종이 18세에 즉위하여 세도정치는 계속되었으며 이제마가 44세가 되던 1863년 드디어 그의 입장에서는 천지개벽, 일생일대의 전환점인 흥선 대원군 집권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흥선대원군이 한 일이 무엇인가. 전국의 지방관리로 부임하여 백성들을 수탈하던 안동김씨들을 종친부 과거를 통해 전주이씨들로 갈아끼운다. 전주 이씨인 이제마가 50세의 나이로 진해현감에 부임하게 되는 사회적 배경이다.

 

 이씨 조선의 이하응 이 종친부 과거를 통해 먼 일가인 이제마를 사또로 부임시켰다. 이제마는 조선왕조에 충성할 수 밖에 없으며 체재의 유지이론인 성리학을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그의 입장에 있어 격동기의 시대상은 너무나도 어지러웠으니, 대원군의 실각과 민씨의 부패정치, 어지러운 국제정세와 그에 대항한 동학운동을 맞이하게 된다.

 

 동학의 시조 최제우는 고종3년 대원군 집권기에 죽음을 맞이하였으나 이후 민씨정권에서 또다시 부패한 관리들의 수탈이 시작되자 인내천의 민평등사상을 주장하는 동학은 들불처럼 번져나갔으며 이는 조선왕조의 몰락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제마의 격치고에서 사상의학으로 이어지는 저서에는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들어나 있다. 성리학의 기존 4단 - 인, 의, 예, 지 를 4장부 폐, 비, 간, 신에 대입하여 기 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의학이론을 상위개념인 성으로 발전시키는 혁신적인 이론은 성리학을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하여 백성들에게 보급하는, 체제전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조선시대 유의 사상의 결정판이자 가장 진보한 마지막 이론이다.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있듯 그의 저서 이후 조선은 망하였고 유학은 주류에서 벗어났으며 더 이상의 창조적 유학자는 나오지 않아 이론에 반박할 사람조차 남지 않았다. 성리학적으로도 최종적이고 동양의학론적으로도 가히 최종적이다. 옛것에서 나온 가장 진보한 작품이라면 맞다. 시대상을 봤을 때 나왔어야만 했던 사상이기도 하다. 정반합의 진보적인 역사관으로 보면 반동일 수 있다. 그러나 천제적인 것 만은 분명하다. 유학의 발전과 조선 성리학의 계보에서 사상의학으로 이어지는 이론적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고자 한다.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 전해져 한의사들에게는 큰 은혜로서, 국민건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의학은 물론이고 유교, 성리학은 결코 인간에게 해가 되는 고루한 학문이 아니다. 지금시대에 있어서 다시 닦아 빛내야 할 유산이다. 현대사회는 너무나도 피상적이고 감각위주의 형이하학으로 흘러가고 있다. 역사적인 흐름에 의해서라도 사상의학은 필연적으로 재조명 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