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성리학의 사단칠정론과 사상의학론
부야한의원 남준범 원장
저번 부야칼럼에서는 사상의학이 태동하게 된 역사적 시대상황을 살펴보았다.
사상의학이 근간에 성리학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제법 교양이 있는 분이라 하겠다. 오늘 부야칼럼에서는 성리학의 사단칠정론이 사상의론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용어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사단과 칠정으로 나누어서 그 의미를 파악한 뒤 성리학에 있어서 그 의의를 알아보자.
먼저 사단이란 <맹자> 에서 등장한다. 사단이란 인 의 예 지 이다. 맹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며 그것이 성선설이다. 본성이 선하다는 말이다. 그 선한 성의 단서로 사단을 제시한다. 인은 측은지심이다. 의는 수오지심이다. 예는 사양지심이다. 지는 시비지심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을 어여삐 여기는 공감능력과, 스스로를 부끄러이 여기는 반성능력, 더 큰 가치를 위하여 소리를 감수하는 희생능력, 정의로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분별하는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사단이란 천시 만물의 건수라고 한다. 모든 세상의 한 건 한 건에 사단의 단서가 녹아있다는 의미이다.
칠정이란 인간의 감정발현이다. 칠정이란 <예기>와 <중용>에 나오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慾)을 말한다.
성리학 (性理學) 의 기본개념은 성性 은 리理를 사역자로 삼고 리理는 기氣를 사역자로 삼는다는 것에 있다. 여기서의 성은 사단으로 바로 연결지을 수 있겠지만 더 크고 숭고한 개념, 플라톤의 이데아 와 같은 진리를 대신하는 단어, 혹은 도道로도 표현될 수 있다.
사단칠정론에서 사단은 리를 설명하고 칠정은 기를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모든 감정상태나 행동 (칠정) 은 그 근본을 우리의 본성(사단) 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디선가 친숙함이 느껴질 것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있어서의 이드, 에고, 슈퍼에고 혹은 의식과 무의식의 개념을 사단칠정과 사상의학의 성정에 대입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발현의 순서와 기전에는 설명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우리가 사고하거나 행동하는 그 기전에 있어서 본성이 먼저 움직이고 행동이 뒤따를까 아니면 그 둘이 동시에 움직일까? 에 대한 논쟁이 사단칠정논쟁이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근거는 뜬금없이 창조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제마는 리= 성 기= 정으로 하여 성과 정이 발현하는 기전을 설명했으며 사단에 장부를 배속시켰다. 애노희락의 성정으로 리기론을 설명하여 사단칠정논쟁의 매듭을 지은 형국이다.
인간 본성의 감정상태를 성으로, 발현되는 감정을 정으로 설정하여 주도적 감정의 개념이 도입되어 개인적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그 수단을 마련하였다.
이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인적성검사에도 응용되는 개념이며 융 심리학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융의 심리학은 동양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원류를 따라 올라가면 이치가 같음을 알 수 있다.
옛 유학자들은 성리를 공부하던 사람들이라 큰공부를 한다고 여겨졌고 의학자들은 하위개념인 기를 공부하여 평가 절하되었다.
사상의학이 성리학을 분해 재창조함에 따라 氣 그 아래의 개념만을 다루던 의학 의 위치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동양의학이 다루는 범주의 한계를 뚫고 더 숭고한 가치를 포괄하는 학문으로 도약시키는 혁명의 불꽃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