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임신 후 여성에게는 많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심리적인 변화도 심하지만, 신체적인 변화는 특히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입덧은 물론 임신성 고혈압, 과도한 체중 변화, 하복부 불편감 등이 대표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뜻밖의 증상들도 나타나기도 합니다. 피부 관련 증상들인데요, 임신 중에는 기초 체온이 올라가기도 하고, 호르몬의 변화도 급격하며 아이에게 많은 에너지가 쓰임으로써 체력저하와 함께 면역력 저하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있던 알러지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없던 알러지가 생기기도 하고, 평소에는 괜찮던 피부에도 이것저것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편평사마귀가 번졌다고 하시는 경우도 흔합니다. 출산 전에 왁싱을 하시는 임산부의 경우 평소에 왁싱을 받으시면서 아무 문제 없으시던 분들도 임신 중에는 염증이 생겨서 고생하시기도 합니다.
여러 피부 관련된 증상 중 임산부들을 유독 괴롭히는 대표적인 증상은 가려움증입니다. 임신 기간 중 피부가 가려워지는 증상을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부릅니다. 임신성 소양증은 주로 임신 중후기에 빈발하며, 두드러기, 구진, 습진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발생합니다. 부풀어 오르는 형태, 몸 전체의 맥관 부종, 경우에 따라 진물이 나기도 하며 대부분 야간에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긁으면 더 악화됩니다.
약한 소양증의 경우는 보습제 등을 바르는 정도로 진정될 수도 있지만, 심한 소양증은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하고, 무의식중에 긁다가 상처가 생기면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는 등 임산부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증상을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눌러주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많이, 자주 쓸수록 점점 더 많이 자주 쓰게 됩니다. 그리고 태아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엄마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임신성 소양증은 임신 중 체열이 상승하여 평소보다 몸에 열이 많아질 뿐 아니라 엄마 몸의 진액이 태아의 성장을 위해 태아에게 집중되면서 음혈이 부족해지고, 그로 인해 열이 악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체력 저하 면역력 저하 등 전체적으로 기가 부족해지고, 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우리 몸의 습담, 독소들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소양증을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한방 치료 또한 모체에 부족한 음혈을 보충하면서 과도해진 열을 잡고, 피로감과 소화불량, 부종 등을 해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순환을 돕는 방향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임신성 소양증에 주로 쓰이는 약재들에는 형개, 방풍, 당귀, 천궁, 백출, 복령, 황금, 황련 등이 있습니다. 형개, 방풍, 당귀 등의 약재들은 가려움증을 완화시키고, 피부 표면의 열감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주며, 혈과 진액을 보충하여 건조해지는 피부를 윤택하게 하여 정상화되도록 도와줍니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철분결핍에 의한 빈혈에도 좋습니다. 천궁은 평활근 이완작용으로 자궁의 수축과 경련을 억제하는 작용과 함께 진통작용으로 불편감과 통증을 감소시키는데도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백출과 복령은 임신 중에 떨어지기 쉬운 소화력을 도와 습해지기 쉽고 정체되기 쉬운 체내의 기운을 올리면서 불필요한 습담, 독소와 노폐물들이 잘 배출되도록 도와줍니다. 황금 생지황은 혈열을 잡고 진액을 보태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습니다. 황련은 항바이러스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어 위장관의 유해미생물을 제거하면서 몸 속과 몸 바깥에서 염증을 효과적으로 제어합니다. 이렇듯 임신성 소양증에는 효과가 뛰어난 다양한 약재들이 있고, 자세한 문진과 변증을 통해 각 산모의 증상에 맞는 적합한 약재, 적합한 처방이 나가게 됩니다.
임신성 소양증이 발발했다면, 과도한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을 바로잡아 잘못된 습관으로 열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제철 나물, 샐러드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체질에 맞는 건강한 음식,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면역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한방 치료를 병행한다면, 한방 치료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산모와 태아의 신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소양증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산부에게 주로 나타나는 소화불량, 체력 저하, 순환 저하 등을 도움으로써 임산부 본연의 힘이 길러지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간혹 담즙 정체 등으로 생긴 가려움일 경우에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간기능 검사 등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신 담즙 정체성 소양은 심하면 조산, 태아 사망까지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가려움증이 손·발바닥에 국한되거나 황달을 동반하는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임신성 소양증, 괴로운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참거나 일시적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쓰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산모의 몸을 챙기는 것이 엄마도 아기도 행복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