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자반요법(自反療法)
- 반성시켜 치료하기 , 반성하여 치유되기
부야한의원 원장
남준범
로버트 스타턴의 병식의 6단계, 즉 "스타턴 병식"은 감옥 생활에서의 심리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모델로, 다음과 같은 6단계로 구성됩니다.
거부 단계 (Denial):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 새로운 상황에 대해 불신하고 거부하는 단계입니다.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감옥에서의 생활이 일시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분노 단계 (Anger): 거부 단계 이후,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분노와 불안감이 생기는 단계입니다. 자신이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상황에 대한 분노와 불안감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적극성이 감소합니다.
협상 단계 (Bargaining): 분노 단계에서 넘어가면,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찾기 위한 단계입니다. 감옥 내부에서 더 나은 생활 조건을 얻기 위한 협상이나, 더 좋은 지위를 얻기 위한 행동을 합니다.
우울 단계 (Depression): 협상 단계에서 실패하면, 점점 우울해지는 단계입니다. 자신이 감옥에서의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감이 드러납니다.
수용 단계 (Acceptance): 우울 단계를 넘어서면, 자신이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삶을 감옥에서의 생활에 맞게 조정하며, 이를 수용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성취 단계 (Achievement): 스타턴 병식의 마지막 단계는 성취입니다. 감옥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구축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감옥 생활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버트 스타턴은 이 관찰 결과를 발전시켜 Alcoholics Anonymous (AA)에서 알콜중독자의 심리상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이후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Level 1 - complete denial: 환자는 문제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 방식은 대개 지속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진행됩니다.
Level 2 - slight awareness of being sick: 환자는 문제를 인식하며 이를 나타내는 증상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실제로 병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Level 3 - admit being sick, but due to others: 환자는 문제를 인식하고 병이라고 인정하지만, 그것은 외부 환경 또는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Level 4 - admit psychological cause: 환자는 문제가 본인의 내면,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인식합니다.
Level 5 - Intellectual insight: 환자는 문제와 관련된 이론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지적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행동과는 분리된 상태입니다.
Level 6 - emotional insight: 환자는 문제와 관련된 감정적인 요소들에 대해 이해하고, 실제 행동과 일관되는 감정적인 변화를 경험합니다.
(출처:
Nace, E. P. (1988). The concept of denial. Alcoholism Treatment Quarterly, 5(3-4), 119-143.
Khantzian, E. J., & Mack, J. E. (1983). Self-regulation problems, substance use, and crime. In A. T. Harrell & J. P. Inciardi (Eds.), Theories on drug abuse: Selected contemporary perspectives (pp. 128-146). Hemisphere Publishing Corp.)
스타턴의 “인식의 6단계” 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과 인식이 정신과적 질환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한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관념론적 세계 안에서의 상황을 시간 순에 따라 기록한 관찰결과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스타턴의 인식의 6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관념(정신)과 실재(신체증상)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것이 정신과적 질환의 범주만이 아닌 대부분의 실재 신체 증상에 까지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이 한 걸음은 차원을 넘나드는 걸음이기에 쉬운 한 발은 아닙니다.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서로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감정적인 문제나 스트레스가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그 예입니다. 따라서 감정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신체 건강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몸 안에는 다양한 내분비 장기가 있습니다. 내분비 장기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스트레스나 문제가 지속되면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신체 내에서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는 면역력 저하, 혈당 수치 상승, 혈압 상승, 수면 장애, 소화 문제 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내분비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위는 내분비계의 코르티솔을 한 예로 들었을 뿐 실재로는 도미노효과로 신체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적인 문제를 실재적 병인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념론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를 향해 해바라기처럼 향해 있듯이 위에서 설명한 개념은 이미 한의학에 존재합니다. 존기심 양기성(尊其心 養其性)과 정직중화(正直中和)의 개념은 성리학에서 나와 사상의학에서 채용한 양생법으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존기심은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감정을 긍정적으로 승화하고, 양기성은 사람이 타고나면서 품부한 긍정적인 성품(인의예지 仁義禮智)를 수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직중화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 감정을 진솔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여,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희노애락 미발이 항계 喜怒哀樂 未發而 恒戒), 이미 발생한 것응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것(희노애락 이발이 자반 喜怒哀樂 已發而 自反)입니다.
앞서 설명한 병식의 6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emotional insight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진실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감정적인 인식과 받아들임이 정직중화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정직한 인식과 성장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 반성하는 것은 병식의 6단계나 성리학의 존기심 양기성과 정직중화 개념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성장하는 것이, 질병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부끄러움이나 자책감,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정을 경험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점과 부족한 점을 인정하기 어렵게 되어 emotional insight 단계에 이르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나, 반성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와 결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결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성을 먼저 시도하는 것 보다는, 행동을 먼저 취하고 이를 평가하며 반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것을 역전된 순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 후, 이를 평가하고 반성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행동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통해 emotional insight 단계로 나아가기 쉬워집니다.
반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반성하겠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먼저 취하고 이를 평가하며 피드백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역전된 순서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을 취하고 나서, 그 결과를 반성하고, 다음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전체 계획이 먼저 수립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행동과 반성을 조화롭게 이용하면서,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을 먼저 취하는 방법과 함께, 반성할 것이 있다는 전제를 먼저 수용하고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결점과 부족한 점을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상의학에서는 애노희락의 폭발(暴發), 낭발(浪發), 즉 애노희락의 역동(逆動)이 질병을 야기한다고 이야기하고, 자반自反(존기심 양기성과 정직중화)하여 애노희락이 순동(順動) 하게 하면 낫는다고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증상의 저변에 깔린 애노희락의 비 순동, 즉 역동을 찾아내고 그것을 순동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는 의사와의 내담을 통해 반성(자반)하면 병인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고, 깨닫게 되면 치유됩니다.
의사는 환자의 거울이 되어 치유의 길을 제시하는 것을 의도(醫道)로 삼아야 합니다. 항간에 일약 이침 삼구 (一藥 二針 三灸) 혹은 그 순서를 바꾼 말이 있지만 이는 하의(下醫)의 이야기입니다. 중의의 이야기는 일방 이약 삼침(一方 二藥 三針) 일 것입니다(之百藥以當一方). 상의의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은 일도 이론 삼방 (一道 二論 三方)입니다. 약은 중요도로 치면 네 번째입니다. 임상에서는 역순으로 적용하여, 약을 처방하여 호전시키고(藥) 처방의 의미를 설명하고(方) 그 작동원리와 병인을 알게 하여(論)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음을 깨닫도록 유도해(道) 낫게합니다.
마치며, 이번 칼럼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천 오백년 전 원효대사가 말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에 이 모든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니, 우리가 평상시 하는 말들이 얼마나 중요한 조상의 지혜인지 다시 한번 감사해야 겠으며, 반대로는 우리가 평상시 얼마나 깨달음 없는 공허한 말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