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천행론(萬病天行論) - 모든 병은 하늘이 행한다 - 부야칼럼 [2쪽] - 부야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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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병천행론(萬病天行論) - 모든 병은 하늘이 행한다
작성자한의원 @ 2023.05.29 16:31:15

萬病天行論

 - 모든 병은 하늘이 행한다

釜也韓醫院

南俊汎

 

 

  

Etiology classification of disease (Copstead & Banasik, 2000) 

 

 

 

 Etiology(병인론, 원인론, 병인학) - 질병에는 원인이 있으며 그에 따른 증상과 예후를 연구함은 동서고금에서 일치한다. 근대 유물론에 입각한 과학적 사고방식의 보편화와 산업혁명 이후 질병에 대한 현대의학의 접근방법은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적 기전을 밝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감기, 상기도 감염의 병원체 중에서 Extrinsic factor (외인) rhinovirus 에의 감염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의학에서 역시 내인과 외인, 내외협잡으로 병인을 구분하고 감기의 경우는 상한(傷寒), 風寒感冒라고 말하였다.

 

 

 한의학에서의 병에 대한 인식은 현대의학과 내인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위의 Etiology를 요약한 도표에서 Intrinsic factor 를 보면 Inherited(유전), Congenital Metabolic(타고난 체질), Degenerative(퇴행성) Neoplastic(종양 등의 신생물) . Immunologic (자가면역성), Nutriotional deficiency (영양결핍), Psychogenic (정신적 병태상황) 등이 제시되어 있다. 현대의학에서 발견된 요소들로는 유전과 자가면역성이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던 한의학은 내인의 개념을 하나로 묶는다. 칠정(七情)이다. 그 외의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는가. 퇴행성과 종양, 타고난 체질 이는 생장수장(生長收藏)으로 개념지었으며 태어나서 성장하고 수렴하고 저장되는 일체의 자연섭리적 진리로서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장수장(生長收藏)에 있어서 내외인에 의해 촉발된 병적행태를 겪어가며 일정 수명 이상을 누리는 것을 득수(得壽) 수명을 누린다고 한다.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칠정(七情), 감정이다. 사상의학에서의 애노희락(哀怒喜樂)이다. 감정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위의 도표에서 Pshychogenic 은 우울증과 조현병 등의 병리학적 양상을 이야기할 뿐으로 칠정 및 애노희락의 범주에 있어서는 매우 일부분이다. 칠정, 애노희락의 범주는 위 도표에서 Unknown의 영역에 있다.

 

 

 Unknown의 영역에 있는 Idiopathic이라는 단어를 보자. Idio(무지) + pathic(병적상태) 사전적 의미는 특발성이다. 원인을 알수 없는 모든 질환에 특발성 ooo’ 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거의 자연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원인을 <과로와 스트레스, 수면부족> 으로 의견을 모은다. 이는 관찰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며 그것이 몸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기전은 뇌과학에 있어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 분비샘의 수용, 내분비물질의 분비 -> 신체조직에서의 반응 으로 설명되어 있다. 아직까지 다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이러한 감정에 의한 반응을 보이는 분비샘의 예는 뇌하수체이다. 신경전달물질을 받고(input) 호르몬을 분비한다 (output).

 

 

 염증반응은 면역반응이다. 뇌하수체는 호르몬을 분비하라는 명령으로 따라 T세포와 B세포의 염증반응을 조절한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병원에서 복용하는 약의 기전을 알아보면 거꾸로 면역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세포 내의 glucocorticoid 수용체에 결합하여 세포핵으로의 작용이 나타나고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사이토카인의 합성에 필요한 NF-κBactivator protein-1효소를 억제하여 T세포의 분열 및 분화를 억제하게 되고, 단핵구 또는 대식세포의 세포독성작용을 억제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T세포와 B세포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 기전은 복잡하여 이번 칼럼에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는 T세포와 B세포의 활성을 차단시키는 약이다. T세포와 B세포는 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가 외인(ex: 바이러스) 을 제거하기 위해서 일으킨다.

 

 

 염증이란 것은 몸의 치료과정이다. 고통을 일으킨다. 고통스럽지 않기 위한 약이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이다. 이들은 면역작용을 방해하여 치료를 방해한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덜 수 있으나 병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치료를 늦추고 길게 끌고 가게 된다. 이러한 약물의 사용은 병과 그 병에 의한 염증반응으로 인한 합병증이 심각할 때 사용해야 하며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현재 대중임상의 실태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염증() 은 어떻게 나아야 하는가. 염증의 주기를 알고 (예후를 알고) 그 것이 잘 가고 있다면 그대로 두거나 염증의 진행과 회복의 기전을 몸에서 잘 조절하도록 돕는 것이다. 한의학은 이 것에 초점을 두고 과거부터 내외요인에 대한 비침습적 치료로 발달해 왔으며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들어 한약에는 베타-시토스테롤 등의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콜레스테롤의 일종인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의 재료로 우리 몸의 부신 피질이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와 코티졸 등의 유효물질을 필요에 따라 생성하는 데의 물질적 재료가 된다. 또 다른 예로 에스트로겐에 대한 작용인데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을 난소에서 생성하는 재료가 되며 생성이 항진되어 있는 자에게는 길항작용을, 저하되어 있는 자에게는 촉진작용을 한다. 이는 매우 마술같은 작용이다. (사실 몸의 회복과정 자체가 매우 마술같다.)

 

 

 불필요한 염증- 우리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맞게 되는 염증 은 왜 발생할까. 몸에서 반응한 필요이상의 면역반응은 왜 발생할까. 그것은 우리 몸이 병적 상황에 있어서 굉장한 위험을 느낀 것을 의미하며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평상시에 면역반응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느라 면역 억제물질이자 항염물질 (ex:코르티코스테로이드)을 제대로 분비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서 알레르기의 병적상황을 설명할 때,

  

1)항원에 대한 필요 이상의 면역반응을 몸에서 발생시킨다

  

2)그렇게 발생한 면역반응을 (알레르기를) 낫게 하는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의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1)항원에 대한 필요 이상의 면역반응은 그 항원 자체의 독성이라기 보다 몸이 독성물질의 침입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고 (급성 반응) ,

  

2) 낫게 하는 작용을 부신피질의 호르몬 분비로 설명했을 때 평상시 그것을 피로하게 분비하고 있어 정작 염증이 나아야 할 때 회복시킬 만큼 충분히 생산해 내지 못하거나 방해받는다 (만성화).

 

 

 현대의학의 병인론에 있어서 알레르기에 대한 접근방식은 간단하다. 물리 화학적 항원을 찾는 것 (항원제한) + 항체에 대한 화학물질의 자물쇠 열쇠 원리(항히스타민제가 히스타민에 결합) 에 의한 치료이다. 심지어 먹는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아프면 약을 먹으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 유물론의 극치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검사했는데 알레르기 원인도 나오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무엇을 검사했는가. 수백가지 물질을 본인에게 주입하여 항체가 형성되는가 되지 않는가로 검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물질적 원인을 찾지 못한 끝에 병원에서 듣게되는 원인이 <피로와 스트레스, 수면부족> 이다. 원래 그러했던 것이나 의사들은 변명하듯 구색없게 둘러댄다. 환자에게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키는 <감정적 항원> 을 검사하는 길은 오직 대화와 관찰에 있으며 환자가 납득하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고통스러워하여 염증을 만들어냄을 희정촉급이나 비애동중으로 판단하는 진단은 현대 과학적관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으나 사상의학에서는 흔한 일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부모님 배우자 자식들이 괴롭혀서 아프다 하는 것 역시 낮은 단계의 병 인식이자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 것이다.

 

 

 이는 부모님 배우자 자식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으나 충족되지 못함에서 오는 불만이다. 그 모두 정욕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것이란 매우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기 자신이 부정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 탓할 수는 없다.

 

 

 부모 배우자 자식이 모두 나의 편이라지만 결국 남는 것은 내 몸 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부터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병식의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 깨달음을 얻어 고통의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좋은 예시 중에 하나가 음주인데,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술의 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술을 먹는 마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 하였다. (주색지살인자 인개왈 주독고장 색노갈정운 차 지기일 미지기이야. 종주자 염근기신 우환여산. 혹색자 심애기녀 우환여도 만단심곡 여주독색로병력공지이 살인야)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독성을 첫 번째로 이야기하나 알코올을 찾게되는 의존적 감정상태 그 자체가 병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문구인데 이는 만병의 원인에 있어서 적용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 함은 진리를 꿰뚫는 말인데 너무 흔히 듣고 말하여 사람들이 와닿아 하지 않는다. 피로와 스트레스 수면부족은 결국 칠정문제이자 애노희락 문제라는 점과 이에대한 해결방법은 그것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받고 애노희락을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중간에서 절제해야 한다는, 자기 자신에게 해답의 실마리가 있음까지 이야기한 동의수세보원의 질병인식은 시대를 두 번 뛰어넘는 (현대의학의 수준으로 한 번, 그 이상으로 두 번) 혁명적이고 진리적인 발견임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번 칼럼의 제목은 만병천행론인가. 만병은 하늘이 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철학적 개념을 포괄하므로 이 후의 내용은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도록 부탁드린다.

 

 

 감정은 인지와 별개이다. 감정으로 인해 촉발된 몸의 상태를 인지하면서 간접적으로 내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 (몸의 현상, 즉 증상은 감정이 보내는 메시지이다.) 거간꾼이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당연하게 인식이 증상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 의미를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내가 스트레스에 의한 내분비 작용을 진행하는 것 ( = 노심초사 하는 것) 은 내가 결정해서(인지하에서, 의식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나의 몸이 내 감정에 반응해서 하는 일이다. 하늘이 천시만물의 건수를 행함도 마찬가지이다. 하늘은(세상은, 우주는) 인간처럼 의식을 가지고 있는 개체가 아닌 감정과 그에 따른 반응처럼 이치에 따라서 무한한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인격이 아닌 천격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면 다시 인격이 이해된다.

 

 

 논어에서 이르기를 하늘을 따르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順天者存, 逆天者亡) 고 하였다.

 하늘은 이치이며 순선을 따르도록 하는 자연의 시스템이다. 이치와 순선은 추상적, 관념적 개념으로 화자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순선은 감정적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나의 감정적 평화와 하늘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 나의 감정적 평화는 하늘을 따르는 것이다. 하늘을 따른 결과가 나의 감정적 평화이다. 나의 감정적 평화는 하늘을 순하게 한다. 고루하게 들릴 수 있으나 최신의 양자역학적 개념이기도 하니 가장 오래되었음과 동시에 가장 새로운 진리이다.

 

 

 애노희락의 역행은 하늘에 대한 역행이다. 하늘이 나를 낳은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 는 선하게 존재하기 위함이다. 나의 감정적 비-평화상태는 존재를 거부하는 상태이다.

 

 

 노자의 입장에서는 물처럼 흐르지 않음이다. 부처는 내가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통을 쥐고 놓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의학에서 천행의 용어는 천행역려에 대한 개념으로 전염성 질환에 대한 표현으로 지독한 질병을 저주하듯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천행을 <인간세의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우주적 이치>로 정의내릴 때 인간의 만병은 하늘이 행한다는 명제가 참으로 성립하게 된다.

 

 

 결국 질병이 낫는 방법은 기도하는 것이다. 이는 신이 기도를 듣고 낫게 한다는 비약의 말이 아니다. 환자의 감정상태를 평화로이 돌려놓으면 질환은 알아서 회복된다는 결론이다. 기도는 환자가 해야하는 일이다. 여기서 기도는 반성의 수단이다. 반성하는 방법은 이전 부야칼럼인 자반요법에서 언급한 바 있다.

 

 

 환자는 질병상태에 놓였을 때 자기를 돌아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고통받으며 질병의 피라미드의 가장 아랫단계에 입장하였을 때 (병식의 6단계중 6단계 complete denial) - 우리는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깨달음으로 탈출해야 하는 (병식의 6단계중 1단계 emotional insight) , 하늘을 따라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구도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환자는 구도자이다. 염증반응이 없으면 죽은 것이기 때문에 매일 염증과 회복을 반복하는 우리는 모두 환자이다(기병자 혹 미병자).

 

 

 감정을 느끼며 고통스러워 하는 우리 모두는 구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