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궁합
커피는 기호음료로서 세계 각국인의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 1875년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황제가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처음 커피를 마셨다고 하며, 1896년 서울에 와 있던 러시아인이 경영하던 잡화점 속에서 다실을 병설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다방의 효시가 되었고, 현재는 각종 카페와 같은 커피전문점들이 만무하며 생활속에 깊이 파고 들고 있습니다.
커피의 주성분은 카페인입니다. 이 카페인은 백색 분말 또는 결정인데 조금 쓴맛이 나며, 뇌나 근육 자극제로 흥분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흥분제, 강심제, 이뇨제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커피 속에는 타닌산(Tannic acid)과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이 약 7~10%들어있는데, 활성산소에 대한 세포 손상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커피에 대한 연구는 의견이 매우 분분합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8온스(약227ml) 컵으로 4잔의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우울증 발병위험이 20% 낮아지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뇌 화학물질에 영향을 주며 장기 기억력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한편 카페인이 부정맥, 두통, 피부 건조증과 같은 심한 이뇨 작용으로 인한 탈수 현상은 물론 위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여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골다공증 질환과 수족냉증, 설사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는 향이 강하고, 쓴맛이 강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향기가 두터운 것은 양중지양(陽中之陽)으로 몸에 열을 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피의 특성은 체내 기운이 응결되기 쉬운 체질인 태음인에게 일반적으로 어울리는 음료입니다. 맥이 약한 소음인은 연하게 어쩌다 한잔 정도가 적당하며, 신장의 기운이 약한 소양인은 과음하게 되면 부정맥 등 부작용이 올수 있습니다. 태양인의 경우 뇌의 흥분도가 높기 때문에 커피가 교감신경을 더욱 자극하여 수면 장애 등 자율신경 실조증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이 카페인 일일 섭취 권장량은 성인 남성 기준 400mg 정도입니다. 반면 미국국립독성원의 권고에 따르면 임산부의 경우 하루 150mg 이하로 섭취하라고 되어있으며, 임신 초기 3개월에는 태아의 신경관이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신 상태에서 카페인 섭취가 많은 경우 자궁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저체중 출산의 위험이 있으며, 카페인이 철분 흡수를 방해해서 태아가 빈혈에 걸릴 확률이 있습니다.
유명프렌차이즈 S사 기준 에스트레소 한잔에 카페인 함유량이 75mg 들어있으며, 숏(short) 237ml에는 180mg, 톨(Tall) 355ml 260mg, 그란데(Grande) 473ml에는 약 330mg, 벤티(Venti) 590ml 에는 415mg이 들어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건조된 보통 커피로 만들며, 다소 적은양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한컵에 30~90mg 정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감수성은 사람마다 다르며, 대개 나이가 들 수록 카페인에 대한 감수성은 커집니다. 또한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영향으로 카페인 분해속도가 느려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인은 섭취 15~30분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1시간 후에 혈중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3~7시간 정도입니다. 커피를 오후 늦게까지 마시는 사람은 취침 시간이 된 후에도 아직 카페인이 몸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수면에 지장을 받습니다. 그러나 카페인은 커피뿐만 아니라 콜라, 홍차나 녹차, 초콜렛에도 함유되어있으므로 커피와 여러 기호 식품에서 카페인 과다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정리를 하자면 기호식품으로서 특히 태음인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체질에 적합하다고 해서 무한정 복용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커피의 반감기와 권장 섭취량을 고려하여 복용해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