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궁합
음식에도 자기 성질이 있습니다.
한 여름철에 시원한 수박을 베어먹다 보면 갑자기 추워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한 겨울에도 생강차 한잔 마시다 보면 몸에 온기가 돌고 등에 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음식을 조리한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차이는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환자분들이 한의원에 오게 되면 “제 체질에는 어떤 음식이 좋아요? 어떤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하나요? 무슨 음식은 먹으면 안되나요?” 이렇게 질문 폭탄을 던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뜻 답변을 드리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설사 몸이 냉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뜨거운 성질의 음식만 계속 먹는 것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몸에 열이 많다고 해서 찬 성질의 음식만 계속 먹는게 좋지 않은 것 또한 당연합니다. 결국 골고루 드세요. 다만 어떠한 음식을 좀 더 챙겨드세요. 정도로 애매한 답변을 드리게 됩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음식에는 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맛은 "맛있다"의 맛이 아니라 신맛 단맛 이러한 맛을 얘기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크게 다섯가지로 맛을 나누는데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자 맛에는 나름대로의 작용하는 힘이 있습니다.
- 신 맛은 늘어진 것을 추스르고 흩어진 것을 거두어 들인다.
- 쓴 맛은 습기를 말리고 굳은 것을 말랑하게 한다.
- 단 맛은 긴장된 것을 이완시키고 기운을 돕는다.
- 매운 맛은 뭉친 것을 흩어주고 건조한 것을 적셔 준다.
- 짠 맛은 딱딱한 것을 연하게 해준다.
그래서 여름에 팔다리가 쳐지고 땀이 많이 나서 기운이 없을 때는 새콤한 오미자 차를 마시고, 변비가 심할 때는 씁쓸한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합니다. 밤에 잠이 안오고 긴장이 될 때는 대추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가슴이 답답할 때는 매운 음식을 먹어서 푼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음식의 성질에 따라 스스로 처방하고 먹고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건과하고 치우치면 좋지 못합니다.한쪽이 치우치면 다른 쪽은 부족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먹어야 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달콤한 맛에 너무 중독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짠 맛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쓴 맛을 너무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에 따라 부족하고 남는 성질이 있어 그에 맞추어 좀 더 많이 필요한 맛이 있고 적게 먹어야 되는 맛이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의 성질과 사람의 성질을 잘 파악하면 타고난 체질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P.S. 첨부 사진에서 이상한 점 발견하셨나요?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매운 맛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감칠 맛을 넣어놨네요. 차이는 있지만 서양에서도 각각의 맛에 작용이 있음을 인식하고 연구했다는 점은 흥미롭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