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건강정보
‘왕조실록’의 태종의 질병기록을 보면, 종기, 풍질, 안질, 이질, 견비통, 상지냉통, 역절풍, 항강증 등의 수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는지는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태종이 56세 되던 해의 어느 날, 아들인 세종과 며칠간 사냥 갔다 오던 날 밤에 열이 몹시 올라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이후 8일간 앓다가 사망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그때 상황을 추측해 볼 수는 있다.
태종이 평소에 중풍 기운은 조금 있었다고는 하나, 아들과 사냥을 나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 장애가 심하지 않거나 중풍이 아닌 다른 풍질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사냥을 갔다 온 이후에 갑자기 고열이 나타나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미뤄, 아마도 급성 감염성 질환이 사망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편도선염과 같은 상기도 감염이나 인플루엔자 등의 바이러스감염은 고열을 일으키므로, 사인이 감염성 열병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물론 몸의 저항능력이나 면역성이 강했다면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태종의 몸 상태로는 이러한 열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몇 년 전에 ‘사스’나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사례들을 생각해 보면, 보다 설득력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외부 감염성 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특히 감기라는 질환은 인류가 앓아온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이면서도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기에, 더욱 예방이 중요하다.
시판 중인 모든 감기약은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를 적당하게 혼합해 제제한 약에 불과하며, 아쉽게도 아직은 감기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현실이다.
따라서 감기가 유행할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균형 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전신 건강상태를 높이는 것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몸의 면역성과 저항능력을 높여줌으로써 치료뿐만 아니라 그 예방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가 학생 때 심한 독감을 앓은 적이 있었다. 목이 많이 붓고 고열이 나면서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팔다리가 심하게 아팠다. 그런데 한참 한약재를 공부하고 있던 학년이어서, 얄팍한 지식을 믿고 그만 직접 스스로 복용할 감기약을 처방해 먹었다.
물론 차가운 성질을 지닌 약재를 듬뿍 넣었는데, 그 약을 먹고 나서, 병세는 거꾸로 아주 많이 심해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교수님께 찾아가 제대로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따뜻한 성질을 지닌 약재들이 처방 내용에 가득 들어가 있었다. 물론 그 약을 먹고 병증은 금세 회복이 됐다.
먼 옛날 일이지만, 고열이 있을 때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물론 한의원에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차가운 성질의 한약재를 써서 열을 떨어뜨리고 독소를 배출시키는 처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는 처방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있을 때는 일단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서 상담부터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무턱대고 해열제나 얼음요법을 쓰기 전에, 지금의 열병이 과연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부터 우선 파악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알기쉬운 한의학’코너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