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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령에서 장기간 항콜린제 사용이 치매를 높인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항히스타민제나 삼환계 항우울제처럼 항콜린 효과(anticholinergic effect)를 나타내는 약물이 고령 환자에서 치매 유발 가능성이 제기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이슈의 중심에는 올해 1월 26일자 JAMA 온라인판에 게재된 워싱턴대 약대 Shelly Gray 박사팀의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항콜린제를 장기간 사용한 인원의 20%에서 치매 발생은 23.2%에 달했는데(이 가운데 79.9%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해당 약물의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가 동반 상승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항콜린제의 누적 복용과 치매 발생률 상관관계'를 평가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로, 비가역적 변화인 치매와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지금까지 항콜린제(anticholinergic drug)가 유도하는 인지장애는 투약을 중단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의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연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 2006년 2월 1일자 BMJ에 프랑스 몽펠리에 콜롱비에르병원의 Ritchie K 박사팀은 항콜린제의 장기간 사용과 관련, 이 약물이 치매 전 단계로 가역적 증상인 경도의 인지장애를 유발한다는 데 무게를 둔 것과는 비교된다(BMJ 25;332(7539):455-9).
"고령인구 20% 항콜린제 복용"
문제가 된 항콜린제는 근육경련이나 경직, 불안증, 요실금, 불면증 등의 증세에 주로 처방된다. 현재 고령 인구의 20% 수준이 이를 복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
특히 항히스타민제는 빈번히 사용되는 항콜린 효과를 가진 약물로, 수면에 도움을 주거나 알레르기 경감 목적으로 쓰이는 디펜히드라민(베나드릴) 또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 클로르페니라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과민성 방광 환자에서 방광평활근을 직접 이완시키는 항무스카린제 옥시부티닌과 톨테로딘, 삼환계 항우울제인 독세핀 또는 아미트리프틸린 등 신경학적 통증이나 편두통 예방에서도 저용량 항콜린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다빈도 약물 중에는 디펜히드라민을 비롯 독세핀, 클로르페니라민, 옥시부티닌 등이 포함됐다.
다빈도·장기간 투약 시 체내 축적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국립보건원(NIH)의 국립노화연구소(NIA)로부터 지원을 받은 Gray 박사팀의 연구에는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65세 이상의 고령자 3434명이 등록됐다. 이들에서 지난 10년간의 약물 사용기록(표준화된 일일 총용량[TSDD])이 이용됐고, 2년마다 치매 선별검사를 시행해 평균 7.3년간 추적관찰했다. 단 최근 1년간의 약물 사용력은 전구증상(prodromal symptom)을 고려해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르면 해당 환자의 20%가 항콜린제를 꾸준히 사용했는데 797명(23.2%)은 치매로, 이들 가운데 637명(79.9%)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또한 치매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 경우는 1일 최소 독세핀 10mg, 클로르페니라민 4mg 또는 옥시부티닌 5mg을 3년 이상 장기 복용한 경우였다.
주목할 점은 항콜린 효과를 보이는 약물의 경우 최소 유효용량을 비롯해 고용량을 장기간 다빈도로 사용했을 때 치매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고용량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항콜린제들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저용량조차도 사용 횟수에 따라 치매 고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 논평을 실은 미국 퍼듀대 약대 Noll L. Campbell 박사는 "저용량이라도 장기간 사용 시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약물의 축적효과(cumulative effect)와 관련이 있다"며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콜린효과 내는 일반의약품도 문제
문제는 또 있다. 항콜린제가 아닌 일반의약품(OTC) 가운데도 항콜린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 항콜린제들은 졸림, 구강 건조증, 변비, 요폐(urinary retention)와 같은 여러 부작용들이 보고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Gray 박사는 "고령 환자들은 강한 항콜린 작용을 가진 다수의 의약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료인 역시 OTC를 포함해 해당 환자들의 복용 약물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항콜린제 사용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Gray 박사는 문제가 되는 독세핀과 클로르페니라민은 각각 시탈로프람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계열의 항우울제와 로라타딘을 비롯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처방 유의"
국내에서는 이번 연구만으로 항콜린제들이 고령 환자에서 치매를 유발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문제에 대한 이슈만큼은 강력히 제기됐다는 평이다.
대한신경과학회 홍보이사인 석승한 교수(원광의대 신경과)는 "항콜린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인지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부분 투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좋아져 회복 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며 "이번 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는 아미트리프틸린과 같은 삼환계 항우울항제를 비롯해 1세대 항히스타민제 등 항콜린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의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부작용에 취약한 고령환자에서 치매, 알츠하이머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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