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건강관리 - 한방 건강정보 [4쪽] - 부야한의원

한방 건강정보

제목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건강관리
작성자한의원 @ 2023.11.16 15:59:15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간이 더 앞서 있다고 생각되는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앞섰기 때문이다. 사실 기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의 능력을 앞서왔다. 사람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기차보다 빠를 수 없으며 사람이 아무리 생산적이라 해도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한 인간의 능력 중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 이라는 부분을 기계가 학습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도 ‘서울’을 입력하면 ‘Seoul’ 로 바꿔준다든지, ‘남산타워’ 를 입력하면 남산타워 전경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은 <입력>과 <출력>이라는 단계를 거쳐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입력과 출력 사이의 <연관성>을 판단하고, 그 연관 관계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서울’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도, 한강, 인구 1천만의 도시’ 라는 키워드를 미리 '입력'해 놓지 않았더라도 ‘Seoul’ 이라는 답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남산타워의 내부 사진 또는 확대 사진을 보여줘도 남산타워라고 유추·판단할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존에는 A라는 정보를 입력해야 B라고 출력을 했는데, 이제는 A 가 아닌 Aa, Ab, Ac를 입력해도 A일 것이라는 연관성을 도출하여 B를 출력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예전 같으면 100% 일치하지 않아 틀렸다고 판단했겠지만, 이제는 85% 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확실성에 기반을 둔 인간의 판단 과정을 기계로 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과 인공지능은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건강만큼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려운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은 각자 유전자도 다르고, 가족력도 다르며, 식·생활습관, 지역의 기반시설 및 환경도 모두 다르다. 즉,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하나가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통계적 모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던 부분이 존재하며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단, 아무리 인공지능으로 접근해도 다양한 특성을 100 % 고려하기는 힘들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례를 보면, 백만 분의 일의 오류가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운전을 했을 때의 사고 발생 확률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 확률이 낮으면 되는 것 아니냐?" 는 반론도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개개인에게는 '확률'이 아닌 ‘생’과 ‘사’ 밖에 없으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은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자율주행 전용도로’ 등으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과 PC가 아무리 발달한 지금도 중요한 선거의 투·개표를 사람이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중대한 결정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영역’보다는 ‘위험은 적고 이득이 큰 ―low risk, high return― 영역’일 것이다. 건강 분야에서 위험이 적고 이득이 큰 대표적인 분야는 <만성 질환에서의 생활습관 관리> 다. 수명의 증가와 만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부담 증가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반면, 인공지능이 '중증질환'에 대한 진단을 하거나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 다시 한 번 검증하고 판단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예측 및 추천 분야>가 있다. 충분한 자료만 주어진다면, "내가 어떤 병원에 가면 치료를 가장 잘 받을 수 있고 합병증이 덜 생길까?" 라는 것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충분한 자료만 주어진다면, "내가 특별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단서는 '충분한 자료가 주어진다면' 이다. 빅데이터 등 다양한 학습 자료원을 통해 기계는 학습한다는 것이다.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져다 준 ‘이미지넷(ImageNet)’ 과 알파고의 기보 학습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또한, <실시간 건강관리 및 비서 기능>도 가능하다. 사물인터넷과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통해 나의 실시간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건강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 사람의 자세, 생활 패턴, 음성 정보 등으로 감지(또는 예측) 되면 스마트워치에서 갑자기 “흡연으로 인해 수명이 하루 줄어들 것 같은데, 담배를 끊어보시면 어떨까요?” 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운동 및 신체활동 관련 기기들은 많이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단, 인공지능만의 방식이 있다. 인공지능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딥러닝― 은 상대적으로 높은 정확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왜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설명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알파고가 어떤 수를 두게 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만약 했다면 아마 “이제까지의 자료를 보고 판단하니 거기가 최적의 수였어요.”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연역법과 귀납법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른 것처럼 인공지능에 대해 이론적·논리적 체계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기차에 페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다.)

 

문제점은 없을까? 모든 것에는 문제점이 반드시 있다. 기술은 기술일 뿐 그것의 목적에 따라 많은 사람을 구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기차가 테러범의 손에 들어가거나, 대량생산 기계가 치명적 무기를 생산하는데 쓰인다면 끔찍한 악몽이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관리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윤리적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학습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성을 인간이 이해한다면 어떤 분야에 적용 가능하고 어떤 분야에는 적용하면 안 된다는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한계점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은 건강관리의 많은 영역에 적용 가능할 것이며, 기존에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이 이루어졌던 많은 부분에 대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충분한 자료가 주어진다면.

 

<작성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 김연용 건강서비스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