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칼럼
직장 및 항문을 통한 호흡: 폐 대장 상통의 한의학
부야한의원 원장 남준범
포유류에게 항문을 통해서도 호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팀이 제34회 이그노벨상 수상자에 선정됐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에 걸쳐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상은 매년 노벨상 발표에 앞서 재미있고 기발한 과학 연구를 내놓은 연구진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생리학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미국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많은 포유류가 항문을 통해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공로가 인정됐습니다.
이들은 생쥐와 돼지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직장으로 유입된 산소가 혈류에 흡수된다는 점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가 호흡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꾸라지 등 일부 동물이 장을 이용해 숨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도쿄의과치과대학의 타케베 다카노리 박사는 수상 소식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면서도 이들의 연구가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흐뭇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804266&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포유류가 항문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이 연구가 비록 유머러스한 연구에게 주어지는 상인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여 우스꽝스러운 취급을 받은 것 같지만, 이 연구는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호흡 경로인 코와 폐를 넘어, 인체의 또 다른 중요한 기관인 대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호흡의 원리를 제시합니다. 연구진은 대장의 미세한 구조가 대기 중 산소를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으며, 이는 인간의 호흡 시스템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발견은 폐와 대장이 상통한다는 전통적인 지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오래전부터 동양의 전통 의학, 특히 동의수세보원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인체는 단순히 개별적인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특히 소화기관인 대장은 몸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여겨졌으며, 다양한 질환이 소화기관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현대 질병이 소화기관, 특히 대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화불량, 변비,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등의 증상이 신체의 다른 부분, 예를 들어 피부, 호흡기, 심혈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대장은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동의수세보원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곡이라는 개념으로, 이는 음식과 음료의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합니다. 수곡은 단순히 우리가 먹는 음식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소화기관을 통해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기운이 우리 몸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음식의 성질과 섭취 방법, 그리고 그것이 소화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뤄집니다. 대장의 건강이 몸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관점은 현대 의학에서도 점차 인정받고 있으며,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밝혀진 직장과 항문을 통한 호흡 메커니즘은 수곡의 이론과도 연결됩니다. 대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라, 호흡을 통한 에너지 흡수와 관련된 중요한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음식을 통해 흡수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는 우리가 과거의 전통 의학에서 강조한 신체의 '연결된 흐름'을 현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폐와 대장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간의 교차점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많은 질환이 소화기관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동양의학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에서도 점차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대장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인 접근은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