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이야기 - 한방 건강정보 - 부야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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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산후이야기
작성자한의원 @ 2019.06.10 11:49:22

지난 한 두 달 사이 동료 2명이 아들을 순산했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여성을 보면 대견스럽다. 안타깝게도 어떤 여성들은 24시간이 넘게 진통을 하지만 아기를 낳지 못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회진할 때 이런 여성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앞서곤
했다. 예전에 산모가 주 진료대상이었던 시절, 나는 의서에 나온 여러 증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十産候에 언급된 어깨나 팔, 다리, 궁둥이가 먼저 나오는 아기들을 비롯해 産後兒枕복통, 혈훈, 喘嗽, 발열, 下乳汁, 陰脫, 鬱冒, 두통, 관절통, 유뇨, 변비, 부종 증상을 보이는 사례까지 다양했다. 산부인과 병동 회진과 산후조리원을 통해 산모들을 매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
를 낳은지 1시간이 안된 산모서부터 보름이 지난 산모까지 지속해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동서식품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9.2였는데, 불지도 않은 젖이 줄줄 샜다. 모유 수유를 중단토록 권했으나 모유 수유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강해 나의 권고를 무시하고 몰래 수유하다가 기절을 하는 바람에 급히 大劑芎歸湯을 처방했다. 연구기관에 근무하던 다른 여성은 둘째를 출산하고서 보름이 지났는데도 자궁이 골반내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수축이 느리게 진행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임신 8개월같았는데 산부인과에서 자궁수축제를 열흘간 복용시켰으나 차도가 없어서 芎歸調血飮가감방을 병용했다. 한약복용 후로 수축이 빨라져 일주일 뒤 산부인과의 초음파로 자궁의 정상적인 수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후조리약을 처방하진 않았지만 회진할 때 얼굴을 잠시 봤던 모델 출신 여성은 아기를 낳고도 전혀 붓지 않고 산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모를 유지했다. 그런데 한 달 후 담당의로부터 비보를 들었다. 몸매 관리에 들어간다며 러닝머신 위에서 무리하게 뛰다가 심장마비로 즉사했다고 한다.

그 외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기억이 나는 일은 산후에 발생한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증상이 특이했고, 호전된 경과도 무척 빨랐던 동료원장이 진료한 여성이었다. 아기를 낳은 후로 거울 속에서 죽은 엄마가 거꾸로 보인다느니, 형부가 거울 속에 있다느니 하는 등 환각이 발생했다. 몇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도 시켜보고 정신과 외래로도 다녔는데 차도가 없어서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한의원에 데리고 왔는데, 産後見鬼語로 보고 처방했으며, 2주 후부터는 환각이 없어져서 그 뒤로도 수년간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산후욕로
동의보감에 보면 산후욕로의 원인이 산후 七情勞倦針工生冷한 음식의 섭취, 外感, 이른 성생활에서 비롯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포괄해서 말하자면 바른 산후조리를 하지 못한 결과이다. 산후욕로와 산후풍의 의미가 조금 차이가 있으나 산후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산후풍의 경우 유럽 등에는 없으며 유독 동북아시아 중심으로 보고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산후풍의 실체가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은 이후에 발생하는 불편한 증상들을 경험한다. 일례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발목이 시리지 않았던 여성이 산후조리기간에 발이 갑갑하여 양말을 벗고 있다가 그 후로는 8월 무더위에 발이 시려서 양말을 신고 사는 것을 보았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의 경험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천기저귀를 들통에 매일 삶아서 말려 사용했더니 그 후로 오른쪽 어깨가 빠진 듯이, 염발음을 내며 부실함을 느낀다. 한술 더 떠서 둘째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기상청 일기예보보다 정확도가 높은‘흐림, 비옴’예보와 생중계가 가능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비만 오려고 하면 관절이 아픈 증상을 보였던 것이다. 발목 아래로만 시린 사람이나 나나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발목시린 사람은 그 뒤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발목아래가 시리다 한다. 나는 둘째를 낳고서 산후조리를 신경 써서 잘한 덕분인지 지금은 관절이 날씨를 말해주지 않는다. 동료 중 한사람은 본인 표현에 따르면‘산후조리용 인생’이라고 한다. 즉 친정어머니가 산후풍을 치료하기 위해 본인을 일부러 임신하고 낳았다는데서 비롯된 말이다. 초기에 동의보감의 산후욕로에 나와있는 十全大補湯가감방을 처방할 환자가 더러 있었다.

-산모에게 물어봐야할 문진 목록
모성 건강을 위해서 적극적인 산후조리가 필요하고, 한의사는 산후제증에 대한 처방으로 산후풍을 예방토록 도와야 한다. 산모에게 확인해야할 기초내용은 아래와 같다.

오싹 오싹 오한이 있습니까? 몸에서 열이 납니까?
몸 여기저기가 쑤십니까?
몸이 붓습니까? 붓는다면 구체적인 부위는 어딥니까?
두통이 있습니까?
임신 중 혹은 분만 후 빈혈이 있습니까?
수면이 깊지 않고, 꿈을 많이 꿉니까? 전화벨 소리 등에 화들
짝 놀랍니까?
우울합니까? 화가 납니까?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립니까?
입이 마릅니까?
식욕이 없습니까?
목에가래가 있나요? 숨이 찹니까? 젖이잘 나오고있습니까?
몸이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며 유방이 돌처럼 딱딱합니까?가
슴이나 복부, 하복부 등이 답답합니까?
배가 더부룩하거나 설사를 합니까? 어혈은 배출이 잘 됩니까?
2시간에 1회 이상 패드를 교환해야 합니까? 소변 누고 나서
음부가 따끔 따끔 아픕니까? 관절이 아픕니까? 아프다면 구
체적인 부위는 어딥니까? 팔이나 다리에 쥐가 납니까?
변비가있습니까? 임신전체중과현재의체중을기록하십시오.
기타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기록하십시오.

-궁귀조혈음
궁귀조혈음은 팔방미인 처방으로 생각된다. 當歸川芎白朮茯笭熟地黃陳皮烏藥便香附子乾薑益母草牧丹 皮甘草生薑大棗로 구성되어 있다. 산후에 보이는 氣血虛損脾胃怯弱惡露不行去血過多飮食失節怒氣上衝發熱惡寒口乾心煩喘急心腹疼痛脇肋脹滿頭暈眼花耳鳴口不語昏등을 주로 치료한다. 古今實驗方에 보면 芎歸調血飮을 각 증상별로 가감하는 기준이 자세히 나와 있으며 임상적용이 용이하고 효험이 뛰어나다. 고금실험방 변증을 기준으로 하여 2000년부터 2008년 현재까지 처방한 수백명에게서 산모나 아기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나지 않았다.

주된 병인병리는 氣虛, 血虛, 瘀血, 脾虛, 肝鬱등이며 증상은 대략 20여 가지 범위이다. 요즘은 체중이 20kg 내외로 불어난 산모들이 있어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데, 모유 수유를 하고 초기 한두달에 8kg 이상 감량을 해야 순차적으로 체중 조절이 이뤄지기 쉬웠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마황 등의 약재를 사용하며 산모의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방법보다는 補氣와 行氣利水시키는 약재를 충분히 사용하면서 모유 수유를 지속하고 식
사습관을 조절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補虛陰은 궁귀조혈음에 비하면 용약범위가 제한적이며 補氣에 치중된 감이 있다.

-문진과 관형촬색
진맥도 하고 문진도 하고 관형찰색도 하면 가장 좋겠지만, 산모의 외출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심한 출혈(bleeding)이나 세균감염 등의 문제가 아니라면 문진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문진은 최대한 자세하게 해서 산모의 상황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변증함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분만 전에 내원하여 관형찰색을 하고, 진맥을 한 다음분만 후 가족에게 문진표를 작성해서 오도록 하면 체질과 증상이 모두 파악되므로 오진을 피할 수 있다.

-산후에 한약 복용은 언제부터?
자연분만(N/D)의 경우는 7일 전후로, 제왕절개(c/sec)는10일 전후로 시작하면 무방하다. 그 이유는 분만 직후에는 분만 후 생리적인 상태를 병리적인 증상과 혼돈할 우려가 있으며 산모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할 시간이 이르기때문이다. 출산 직후부터 약 5일간은 虛大맥이 나오다가 1~2주 후면 거의 정상을 회복하는데 이 과정을 병리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산후조리약 복용이 너무 늦게 시작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예외적으로 출혈이 심한 경우는 아기를 낳은 당일부터 한약을 복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산부인과의사의 관리 하에 있을 시기에는 처방내용과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설명 자료를 첨부하여 오해나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산부인과로 보내야할 환자는?
요도염, 유선염 등으로 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릴 때와 과다출혈을 보일 때이다. 아주 드물지만 간질 발작을 보일 때도 후송해야 한다. 그 외의 증상에는 한의원에서 치료해야 하고, 치료의 결과도 만족스럽다.

-내 어깨는?
교통사고를 두 번 당하고서 일자목이 되어 책상에 앉아서 30분도 책읽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17년간 지속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추나치료를 받기 전까지 그러했다. 어깨가 목 때문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역시 큰아이 기저귀를 삶은 시점 이후부터였다. 현재는 통증이 없고 불편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데, 늙어서 고생할까싶어 조금 걱정이 되긴 하다. 아무래도 내 어깨는 다른 원장에게 고침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출처:대한한의사협회 한의칼럼 진료실이야기 '내 어깨를 돌려다오… 産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