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건강정보
“검사에선 이상 없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불안해요.”
폐경기를 전후한 여성들이 병원을 찾으며 자주 하는 말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달라지고, 사소한 증상 하나에도 걱정이 앞선다. 의학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불안이 지속되며 다른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병을 의심하고 걱정하는 상태가 ‘건강염려증’(질병불안장애)이다.
폐경과 건강염려증은 결코 별개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폐경기 여성에게 건강염려증은 더 쉽게 다가오는 심리적 현상이다. 폐경은 호르몬 변화가 정서에 미치는 대표적인 예로, 단순한 생리 중단과는 다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의 급감은 수면장애, 심장 두근거림, 안면홍조뿐 아니라 감정 기복,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적 증상도 동반한다. 이전 같았다면 자각조차 하지 않았을 신체의 작은 이상도 크게 느껴지고,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통증마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때 예민해진 감각과 과잉 해석이 결합하면서 ‘설명되지 않는 불안’은 반복되고, 이는 자가 진단과 질병 검색, 병원 순례로 이어진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건강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왜 폐경기 여성은 더 쉽게 불안과 불편에 노출될까?
폐경기 전후 여성은 생리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서도 변화를 맞는다. 자녀의 독립, 직장의 변화, 부모 돌봄까지 여러 전환이 겹치며 삶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몸의 반응 또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이런 변화는 ‘내가 고장 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요즘은 건강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건강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 의료인들의 개인 방송 등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접할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정보는 불안을 덜어주기는커녕 불확실성의 증폭기로 작용할 수 있다.
폐경기 여성은 생리적·정서적으로 건강염려에 조금 더 취약할 수 있고 이는 비정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내가 예민해서 그래”라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시에 폐경을 삶의 쇠퇴가 아니라 자기 돌봄의 시작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가족, 조직, 타인을 위해 헌신했던 여성들이 이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의 건강과 감정에 집중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건강염려는 그런 ‘감각의 귀환’이자 새로운 자율성의 도래라고 봐도 좋겠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건강하게 지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우선, 정보 검색을 덜 하자! 지나친 증상 검색은 불안을 키운다. 병원에서 들은 설명을 신뢰하고, 필요시 한 명의 주치의와 꾸준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서는 몸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가능하다면 명상을 하거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신체 감각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또 친구나 나보다 먼저 이 시기를 겪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필요시 전문가 상담도 고려할 수 있다.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걱정이 두려움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태도가 결정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병이 아니라, 변화되는 새로운 시기를 준비하는 마음의 신호라는 것을 수용할 때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hanihealth/healthcolumn/1197918.html)